홈플러스, '티메프 사태' 재현될까?…매입채무는 어떻게
계획안 인가까지 1년 내외 시간 소요 전망
매입채무 비롯 상거래 채무 전액 변제 예정
연 EBITDA 2천억원대…현금수지 개선 기대
공개 2025-03-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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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홈플러스가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비용과 차입금 차환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 회생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만기가 도래한 채무 상환을 피하는 방식으로 현금 수지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상환은 연기했지만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제2의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업체 측은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할 예정이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티메프 사태와 달리 홈플러스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고 있어 판매마감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납품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에 채무상환 1년간 '스톱'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만기가 도래한 채무 상환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가 오는 6월3일까지 계획안을 제출하면, 법원은 회생절차개시일부터 1년 이내에 이를 가결해야 한다. 이에 내년 3월 이전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6개월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높은 재무부담으로 인해 열위한 상태의 재무안전성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5월 공시된 2023년 회계연도 기준(2023년 3월1일~2024년 2월29일)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3211.7%와 23.95%를 기록했다. 부채비율과 함께 기업의 외부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차입금의존도는 60.5%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말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를 공개한 것을 보면, 토지 재평가 등이 이뤄지면서 2024년 2월 말 2653억원이던 자본총계가 11월 6009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부채비율은 1408.6%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과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60.3%로 지난해 2월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산총계가 8조7854억원에서 9조644억원으로 3.18% 늘어났음에도 부채총계가 8조4635억원으로 2월 말(8조5201억원) 대비 0.66% 감소하는데 그치면서, 여전히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고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5조3120억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에 달했다. 
 
 
 
정상영업에도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높은 차입금으로 인해 이자 부담도 과중한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1년(2021년 3월1일~2022년 2월29일) 이후 약 3개년 동안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비용 조차 지불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7일 홈플러스가 과중한 재무부담을 겪고 있고 단기간 내 재무구조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이전에는 지속적인 점포 매각을 통해 인수 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에는 점포 매각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어 4일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신용등급은 D등급으로 재차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홈플러스가 정상영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제2의 티메프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말 기준 매입채무 및 기타지급채무는 1조4182억원으로 직전년도(9839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2월 기타예금(1484억원)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1558억원 대비 약 9배 이상 큰 규모다. 홈플러스가 2월말까지 벌어들인 매출 6조9315억원의 20.46%에 이른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유동부채가 3조4962억원에 달하면서 유동비율은 경쟁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자산이 8374억원에 그치면서 유동부채에 유동자산을 나눈 비율은 23.95%를 기록했다. 티메프 사태 직전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위메프의 유동비율이 19.92%, 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 티몬이 18.21%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4.03~5.74%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23년 말 경쟁사인 이마트(61.58%)나 롯데쇼핑(51.0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리포트를 통해 "저조한 이익창출능력과 고금리·차입부담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토지재평가에 따른 자본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당기순손실 반복에 따른 자본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말 부채비율은 1408.6%에 달했다"라며 "단기간 내 수익성 반등을 통한 유의미한 수준의 현금창출능력 개선은 쉽지 않아 당분간 이를 상회하는 투자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측은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5년 1월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번 회생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 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현금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회계 기준 3342억원, 2022년 2211억원, 2023년 2721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했으나, 평균 2758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회생계획 제출일은 6월3일까지며 계획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라며 "협력 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되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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