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의 강공)③KT&G-FCP, '1조 손실' 법정공방…주총 변수되나
21년간 주주대표소송 과반이 전부 각하 또는 기각
주주로서 어필하는 자기전략…법원 판결은 미지수
손동환 교수 사외이사로 선임 후 추가 주주제안 없어
공개 2025-03-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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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타깃으로 코웨이가 지목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웨이를 시작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주주환원율이 낮은 기업들을 향한 주주 행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현황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이달 주총을 앞둔 KT&G(033780)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FCP측은 KT&G 전직 이사회가 산하 재단과 사내복지근로기금에 의결권 12%에 해당하는 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해 1조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FCP와 KT&G는 앞서 지난 2023년 10월부터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사진=KT&G)
 
FCP 주주대표소송 제기…승소 가능성은
 
4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FCP와 소송 절차를 밟으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FCP 측이 KT&G 전·현 이사회의 자사주 무상·저가 기부로 회사가 1조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대표 소송은 소액주주가 이사 감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를 상대로 서면으로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해야 한다. 회사가 이같은 소액주주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을 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KT&G 측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FCP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아직 진행된 사항이 없다"라며 "소송 제기 이후에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고 추가로 주주제안이 접수된 사항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원고인 FCP 측의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ERRI)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주주대표소송 현황과 판결을 분석한 결과, 판결이 내려진 주주대표소송은 총 137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상장회사에 제기된 소송이 47건, 비상장회사에 제기된 소송이 90건을 기록했다. 판결 결과를 보면 137건 중 원고의 청구가 전부인용된 사건이 8건, 일부인용 36건, 전부각하 40건, 전부기각이 53건으로 전부각하와 전부기각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해당 리포트에서 "지분율이 낮을수록 승소율이 낮아지거나 반대로 지분율이 높을수록 승소율이 높아지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면서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에 비해 전부각하비율은 낮고 승소율은 높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3년째 주주갈등 지속…올해 주총은 무난할까
 
앞서 지난 2022년 10월 FCP가 서한을 보내면서 주주갈등이 지속돼 왔다. 당시 주주제안서에는 KT&G의 KGC 인삼공사 인적분할 및 분리상장, 주주환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같은 해 11월 안다자산운용 또한 유사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회사에 발송했다. 이에 KT&G는 KGC 인삼공사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력과 독립상장 시 시가총액 축소로 인한 투자금 조달의 어려움, 분할 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부담 등을 제시하며 분리상장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해에는 이상현 FCP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로 나오면서 전면전에 나서는 듯했으나, 돌연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인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전력 지원하기 위해 표 분산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7년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정해졌다.
 
다만 올해 주총에서는 추가로 주주제안이 접수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지난 2월25일 KT&G가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결의를 살펴보면 감사 및 영업보고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 등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사내이사로 이상학 수석 부사장 선임과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손관수, 이지희 사외이사의 연임의 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손 이사의 경우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 예정이다. 
 
이에 앞서 KT&G는 지난해 오는 2027년까지 기존 2.8조원으로 예정돼 있던 주주환원 계획을 3.7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규모는 각각 2.4조원, 1.3조원 규모로 예정됐다. 이외에도 비핵심자산 효율화와 재원이 유입될 경우 추가 주주 환원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단순히 이의를 제기하거나 무리한 요구라는 인식보다는 기업 의사 결정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지지 않게 적극 견제에 나서는 등 책임성과 투명성·주주권리 강화 등의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이 같은 과정이 다른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 강화 등에 기여해야 성공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을 때 저평가 요인들을 주주로서 개선해주기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최근 주주대표소송은 주주로서 어필하는 하나의 자기전략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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