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B손해보험이 3년 만에 공모사채 시장에 복귀했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 제고가 목적이다. 지난해 4분기 각종 요인으로 크게 떨어진 상황인데, 이번에 최대 규모로 발행하면 200%에 가깝게 회복될 수 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성장과 자본성증권 발행 여력 기반으로 K-ICS 하방 압력을 상쇄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높은 신용등급과 시장 지위…금리 부담 덜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제3회차 무보증 후순위사채를 3000억원 규모로 공모 발행한다. 만기 10년물이며 중도 상환(콜옵션) 기간으로 5년을 설정했다. 청약기일은 3월 13일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을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AA0’ 수준으로 우수하다. 공모희망금리가 비교적 낮은 3.6%~4.2% 범위에서 결정됐다.
(사진=KB손해보험)
수요예측에는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높은 신용등급에 금융지주 소속으로 우수한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어서다. KB손해보험은 손해보험 업계 4위~5위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결산 실적으로 순이익 8395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17.7% 성장했다.
공모사채 시장 복귀는 약 3년 만이다. 기존에 발행한 제2회차 후순위채 2860억원은 지난 2022년 6월 내놨다. 제1회차 3790억원은 발행일이 2021년 5월이다. 두 건 모두 10년물이며, 5년 콜옵션 도래 기간은 각각 2027년과 2026년으로 차환까지 기간에 여유가 있다.
앞서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제1회차가 3.4%, 제2회차가 4.9%다. 당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발행하는 채권 금리(3.6%~4.2%)는 고금리 영향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순위가 아닌 후순위라는 점을 감안해도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같은 등급 보험사가 올해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 수준은 ▲
DB손해보험(005830)(AA0) 제3회차 8000억원 4.1% ▲메리츠화재(AA0) 제12회차 3000억원 4.2% ▲
한화손해보험(000370)(AA-) 제16회차 5000억원 4.8% 등으로 확인된다. KB손해보험은 결산 실적 결과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채권 시장에 반영될 예정임에 따라 3%대 금리도 기대해볼 수 있다.
K-ICS 비율 최대 10%p 상승…신계약 CSM 성장 고무적
후순위채 발행 목적은 K-ICS 비율 상승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 K-ICS 비율은 188.1%로 저하됐다. 3분기 203.7% 대비 15.6%p 하락했다. 계속되는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강화와 4분기 있었던 무·저해지 상품 조정이 K-ICS 산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5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결산 배당을 시행하면서 5%p 내려간 영향도 있다.
채권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하면 K-ICS 산출에서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늘어 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조달한 자금은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 내 채권 2000억원, 국내외 대체투자 1000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확충된 자금은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를 충족하기 위한 운용 전략에 따라 투자할 예정”이라며 “채권과 대체자산에 적정하게 배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본 확충 규모에 따라 K-ICS 비율은 5%p~10%p 범위에서 상승할 것으로 계산된다. 현재 공시가 돼 있는 지난해 3분기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기준으로 발행금액 3000억원은 4.9%p, 최대 금액 6000억원은 9.9%p다. 수요예측 이후 최대 증액하면 K-ICS 비율을 다시 20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자본성증권 발행 여력이 충분하고, 신계약 CSM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K-ICS 대응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채·자본 구조에서 자본성증권 잔액(제1~2회차 후순위채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다.
신계약 CSM은 지난해 장기인보험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1조876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무·저해지 조정으로 CSM이 감소한 영향이 있지만 기초 대비 기말 CSM은 순증을 이어갔다. 기말 CSM 규모는 8조8205억원이다. CSM은 K-ICS 비율 산출에서 가용자본에 포함된다.
조영태
한국기업평가(034950) 선임연구원은 “KB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신계약 CSM 확보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자본성증권 발행 등으로 제도 강화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며 “기발행 채권 조기 상환 시점도 내년부터 도래하므로 차환 부담도 크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