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국민은행이 홈플러스 리스크를 털고 리딩뱅크 탈환에 도전한다. 일회성 비용이 전년 대비 적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홈플러스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있지만 운전자금대출에 한정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홈플러스 정상화 전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국민은행
대출 잔액 많지만 '운전자금대출' 한정
11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홈플러스에 내어준 대출 잔액은 545억7000만원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알려졌다. 기업회생이란 법정관리로 불리며,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회생 가능 여부를 판단해 정상화를 돕는 과정이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신용등급의 하락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이익창출력 약화와 불안정한 재무 상태, 사업 경쟁력의 불확실성 등이 이유가 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1일~2024년 2월29일) 부채비율은 3211.7%이다. 지난해 개선됐다고 해도 1408.6%에 달한다. 같은 해 9월 말 기준 이마트가 156.2%, 롯데쇼핑 190.4%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액으로 나눠 산출되며, 재무안정성 지표로 쓰인다.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부채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추이도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홈플러스의 EBITDA는 1937억원으로 전년 동월 2202억원 대비 축소됐다. 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도 0.7배에서 0.5배로 감소했다. 다만 지난 1월 말 직전 12개월 기준 EBITDA는 2374억원으로 개선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권에서 익스포저가 가장 크다. 홈플러스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1105억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545억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주거래은행에 따른 위험성도 제기됐다. 주거래 은행인 만큼 대출에 그치지 않고 파생상품 등 타 익스포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과 은행이 주거래 은행 관계를 맺는 경우 일반적으로 대출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행과 기업은 대출을 포함해 예금, 파생상품거래, 환거래 등도 맡는 경우가 많다. 해외법인과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거래를 돕기도 한다. 특히 기업과의 관계 유지도 중요해 제품 판매와 더불어 거래에 관한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행인 점은 국민은행과 홈플러스가 엮인 부분은 운전자금대출뿐이라는 것이다. 운전자금대출이란 기업의 판매 활동과 운영 활동에 필요한 자금이나 시설 확장 등에 쓰이는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리딩뱅크 탈환 도전…건전성 영향은 지켜봐야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가 운전자금대출로 한정되면서 국민은행도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오히려 협력업체에 최대 5억원의 자금 지원도 실행한다. 기 실행 대출은 담보 등을 통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봐서다. 다만 홈플러스 자체의 신용도가 낮아진 만큼 여신 건전성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대규모로 전입한 대손충당금 탓에 지난해 리딩뱅크에서 물러났다. 빠른 속도로 리스크를 털어냈음에도 수성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1분기 국민은행은 약 8620억원의 충당부채를 인식해 전년 동기 대비 31% 하락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문제가 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을 판매사가 일정 기준에 따라 보상토록 하면서 은행이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권에서 국민은행 판매량이 많아 충당금 규모도 가장 컸다.
지난해 일회성 비용 대비 홈플러스 관련 비용은 적어 리스크는 한정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잔액을 전액 손실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적은 수준에 그쳐 실적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홍콩 H지수 ELS 충당금의 영향이 없던 2023년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545억원을 뺀다고 하더라도 8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게 된다.
홈플러스는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입채무를 우선적으로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생절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는 만큼 충당금 전입 규모와 여신 건전성 분류는 지켜봐야 한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대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만큼 관련 건전성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는 운전자금대출이 유일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담보를 통한 회수도 가능해 보이나 회생 절차에 따라 충당금 전입 등을 조절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