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 인수 증권사 MBK에 법적 조치 예고부동산 매각 전략, 리스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져도움의 손길 내민 메리츠 배신…LP 지원 어려울 수도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로 국내 금융권의 신뢰를 잃고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후 '세일앤리스백' 전략으로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리스부채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경영이 악화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지난 3월4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이에 연루된 국내 금융사들과 당국의 대응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홈플러스 사태 영향 '일파만파'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001720)을 비롯한 증권사 연대는 오는 18일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MBK가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사기죄로 형사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신영증권과 하나증권,
현대차증권(001500),
SK증권(001510) 등은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 기반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4000억원 규모를 인수해 대형 증권사 리테일 창구로 판매했다. 이 상품은 6%대 고금리와 3개월 만기로 개인투자자 약 3000억원어치를 끌어모았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는 2021년 1335억원 영업적자 이후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실적은 미공개이나, 업계는 약 2000억원 적자를 예상한다.
국내 유통업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됐지만, 홈플러스처럼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MBK의 세일앤리스백 전략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7조 2000억 원) 시 4조 3000억원을 차입했고, 주요 점포를 매각해 임대 운영했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4년 유형자산·매각예정자산·투자부동산 처분 규모는 4조 63억원이며, 점포는 142개에서 126개로 줄었다.
2016년 IFRS16 도입으로 리스부채 이자비용과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 인식이 의무화되며 홈플러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2023년 감사보고서 기준, 부동산 비용(감가상각비 포함)은 4565억원으로, 판관비 중 급여(6421억원)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재무 안정성도 흔들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8.6%로, 2022년 2월 663.9%에서 급등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수될 당시 부담하게 된 인수금융의 상당부분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상환부담이 경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차입매수(LBO) 전략 한계…LP 외면 '불 보듯'
MBK파트너스는 주로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한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장기 가치 제고보다 차익 실현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로 인해 국내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5월 홈플러스에 3년 만기, 62개 점포 담보로 1조 20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제공했으나, MBK의 회생 신청으로 손실 위험에 처했다. 당시 시장은 메리츠의 선의를 높이 샀지만, 이제 이자율 조정, 채권 감면 등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마이클 병주 김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금융투자업계는 MBK가 구조조정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썼다고 본다. 노조와 채권단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개인투자자 피해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며 역풍을 맞고 있다. 설립 후 20년동안 쌓아놓은 신뢰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홈플러스가 노조나 금융권과 어느 정도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피해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전 라임사태와 같이 일반투자자 피해가 발행하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결국 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장의 승부사로 평가받는 메리츠까지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 MBK파트너스에 선뜻 손을 내밀 국내 금융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LP들의 MBK파트너스에 대한 외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