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자금 조달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핵심 경영 지표로 떠오르면서, 대표 자회사인 은행들도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비용 자금 조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이러한 전략이 주요 경영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자금조달 전략 다양화에 한창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저하 전망과 더불어 위험가중자산의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은 조달 포트폴리오의 관리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행연합회
저비용성 예금 확대 전망
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원화 예수금 총계는 1370조2540억원이다. 은행은 크게 예수금과 원화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원화 예수금은 핵심예금과 입출금식 예금(MMDA)로 구성된 요구불성 예금, 저축성 예금, 양도성 예금 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항목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저축성 예금이다. 은행의 전통적인 자금원이다. 조달비용 대비 높은 가격을 매겨 대출을 통한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 은행의 근본적인 수익 구조다. 금융 당국이 예대금리차를 살피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예금과 대출에 부여하는 금리 차이다.
은행의 기본적인 자금 조달원인 만큼 여전히 저축성 예금 비중이 크지만, 은행권의 포트폴리오는 예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예금이 전체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았다.
은행이 자금 조달 전략을 다변화하는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도 컸다. 당시 예대율이 치솟자 예금 이외 자금 조달원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대율이란 은행 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의 비율로, 대출금 규모가 예금 규모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표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저비용성 예금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낮아져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재차 내렸다. 이에 은행은 올해 수익이 최근 3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채에서도 이 같은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기업이 올해 초 회사채 발행 러쉬를 이어가고 있으나, 은행채 발행량은 전년 동월 대비 뚝 떨어졌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9조7800억원, 상환액은 12조210억원으로 순발행액은 –2조2410억원이다. 전년 동월 순발행액 29조5758억원과 비교하면 차가 크게 벌어진다. 전체 채권 대비 비율도 발행액 기준 24.4%에서 11.4%로 하락했다.
위험가중자산·수익성 관리 '이중고'
은행이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것은 기준금리 인하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밸류업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금융권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 주주환원책의 지표로 활용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로 산출된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질수록 CET1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달 IR에서 올해 대출성장률을 명목 GDP성장률인 약 4% 내외로 예상했다. 대출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나게 되는데,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출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대출의 경우 대부분이 은행에서 실행된 잔액이다. 은행은 금융지주 순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고심이 크다. 금융지주가 일정 핵심성과지표를 제시하면 은행 지점 등에서는 이를 맞춰야 하며, 성과평가 지표로 활용하게 된다.
지난해 일부 금융지주 은행의 경우 대출 규모를 되레 줄였다. 위험가중자산 크기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주자본은 이익잉여금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익 확대에 한계를 느끼자 대출 규모를 조절한 것이다. 은행은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최대한 우량한 기업에 대출, 위험가중자산을 최소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코픽스(COFIX)에서도 나타난다. 코픽스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CD, RP 등 은행의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신규 취급액과 잔액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시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08%지만, 잔액기준으로는 3.42%, 신잔액기준은 2.92%까지 떨어진다. CD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91일 간의 CD금리도 2.84로 전일 대비 0.35% 하락했다. 은행권은 예금 잔액과 CD발행을 늘리는 한편 은행채 발행은 줄여 비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상적으로 지주가 계열사별로 핵심성과지표를 부여하는데, 올해 수익 전망이 전년 대비 좋지 않아 저비용성 예금을 늘리면서 우량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