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통합에 앞서 CI(기업 정체성) 변경 등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선다. 40년 가까이 지켜온 태극 심볼에 변화를 줘 새로운 통합 항공사의 이미지를 제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한항공은 앞서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화학적 결합도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리브랜딩을 통해 대외적으로 통합된 브랜드를 강화하고 구성원 간 결속을 다지면서 성공적으로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신규 CI가 적용된 항공기(사진=대한항공)
CI·기업 가치 체계까지 '새로'
11일 대한항공은 자사의 새로운 CI 공개 행사에서 새로운 심볼을 공개했다. 새로운 심벌은 기존의 태극 문양 심볼과 달리 단색으로 구성돼 있고, 형태도 선 형태로 단순화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상징과 같은 태극 심볼을 교체하지 않고 기존 태극 심볼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워드 타입(글씨체)도 현대적으로 해석된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앞으로 새로운 컬러와 심볼로 도색되는 항공기에는 KOREAN AIR가 아닌 KOREAN만 새겨진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산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을 상징하던 밝은 청자색도 펄(반짝거림)이 섞인 어두운 하늘색 계열로 교체된다.
새로운 심볼, 컬러 채택은 리브랜딩의 주요 방법으로 꼽힌다. 리브랜딩은 브랜드에 각인된 소비자의 이미지를 바꾸는 전략으로, 주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회사 또는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이 리브랜딩 전략을 채택한다. 대한항공은 컬러와 심볼을 바꾸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밝은 청자색, 태극 심볼을 상징으로 각인돼 왔다. 그러나 리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I 공개에 앞서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인 KE Way도 선포됐다. ‘Connecting for a better world’로 명명된 대한항공의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는 수송보국이라는 설립 이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안전과 서비스 강화, 협력의 기업 문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세부 경영 목표로 삼았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기업 가치체계는 회사의 경영활동에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 판단의 최상위 기준이다.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은 앞으로 경영 방침도 변화할 것이란 의도로 해석된다. 합병 이후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한다. 업계에서는 통합 항공사가 글로벌 1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항공사에 더 가까워진 만큼 경영 목표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리브랜딩으로 대내외적 결합 강화 촉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27년경 통합이 예상되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리브랜딩과 새로운 경영 방향을 바탕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랜딩은 기업 외부 소비자에게, 기업 가치 체계는 기업 내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외적으로 통합된 새로운 심볼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항공사의 출범을 인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합되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통합이 2년가량 남은 가운데 선제적으로 통합 CI를 알림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긴 시간 동안 알릴 수 있다. 이에 급격한 브랜드 이미지 변화에 따른 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구성원 간 화학적 결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가치 체계는 동일한 목표와 비전을 두면서 경쟁사였던 두 회사가 하나의 목표 아래 모이게 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CI 공개 행사에서 “명칭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기업 가치 체계가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에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신형 항공기부터 시작해 향후 3~4년간 순차적으로 새로운 심볼과 컬러를 항공기에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대형 항공기는 도색에 3주, 소형기는 보름 정도 걸린다. 통합 항공사의 총 항공기 수가 250대가량 되기 때문에 리브랜딩 된 CI를 항공기에 입히는 기간도 연 단위로 걸린다. 보통 도색에 드는 비용은 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시작하는 만큼 대한항공의 가치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고객과 임직원들의 믿음과 신뢰를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