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막대한 원료비 미수금과 설비 투자 계획으로 인해 높은 차입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가스 공급 사업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공공성에 기반한 사업 성격을 바탕으로 높은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공성에 기반한 독점적 시장지위, 한국가스공사법에 근거한 정부의 재무 지원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보증하는 요소로 꼽힌다.
(사진=한국가스공사)
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3분기 총차입금은 별도 기준 37조17억원으로 직전연도 말(40조8222억원)에서 9.4% 감소했다. 총차입금이 줄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말 74.8%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30% 이상의 차입금 의존도는 차입 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높은 차입 부담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는 누적된 원료비 미수금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LNG가격이 급등했지만,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제한되면서 원료비 미수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조7857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국내 가스 배관망 건설 및 새로운 LNG 터미널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지 못했다. LNG터미널 등 대규모 가스 저장기지는 건설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이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해 8월 약 7%가량 인상되면서 원료비 미수금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수금 규모가 크고 설비 투자 부담도 있기 때문에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차입 부담이 높은 가운데 매출은 줄었다. 국제 LNG 가격이 2022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둔화로 인한 가스 수요 감소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가스공사의 매출은 연결기준 지난해 38조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직전연도(44조6000억원)보다 8조원 이상 줄었다.
재무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원활한 자금 융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에 강력히 종속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도 가능하다. 한국가스공사의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5736억원으로 직전연도 전체 영업이익(1조2003억원)을 능가했다. 지난해 일부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영업적자가 흑자로 돌아섰고, 판매 물량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가스 공급 사업이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관련 법이 제정돼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법에는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근거가 명시돼 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의 주요 사업인 천연가스 도매 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며, 민간 기업의 천연가스 직도입에 대응해 마련된 개별요금제도 한국가스공사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해 주는 제도로 꼽히고 있다. 개별요금제는 총도입 가격의 평균으로 모든 발전기에 가스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특정 도입 계약에 연계해 별도의 요금을 책정하는 제도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도입 및 도매 부문의 독점적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지속할 전망이다”라며 “단기간 내 차입금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정부의 높은 통제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해 재무 융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