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영구채 잔액 500억원…스텝업 조항에 이자 부담 커져영구채 상환 시 자본 감소 효과…부채비율 상승 불가피1조 클럽 입성·영업이익 선방했지만 환율로 순이익 급감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진에어(272450)와 통합을 앞둔
에어부산(298690)이 남은 영구채 500억원(제2회 영구채)을 상환하고 통합에 착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통합에 따른 비용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데, 사전에 이자 비용을 줄여야 향후 비용 증가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영구채 이자율은 12%를 넘어섰고, 스텝업 조항으로 인해 향후 이자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구채 상환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당기순이익 하락이 지속되면서 향후 자본 확충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비용 절감과 부채비율 부담을 놓고 영구채 상환 여부에 대한 에어부산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어부산)
미상환 영구채, 갈수록 이자 부담 가중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정책 자금 잔액 1조3800억원을 완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경영난에 빠진 후 정책자금을 차입한 바 있었다. 조달 재원은
대한항공(003490)으로부터 받은 인수 대금 등으로 충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차입금을 완제하면서 계열 LCC 에어부산도 부채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은 제2회 영구채(500억원)의 높은 이자율이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영구채는 2020년 6월30일 발행했고,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 뒤인 2050년 6월30일이다. 이 영구채는 만기가 초장기인 까닭에 자본으로 인정되며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500억의 자본금 확충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자본금이 늘면 자본총계가 늘어나니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다만, 이자는 만기까지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특히 해당 영구채는 스텝업 조항(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율이 상승)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자 부담은 커진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회 영구채 이자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2.445%에 달한다.
발행 당시 초기 표면 이자율은 7.2%였다. 해당 영구채 발행 정보에 따르면 2회 영구채는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6월30일부터 최초 금리 7.2%에 2.5%를 얹고 조정금리를 더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조정금리가 음수인 경우 무시하기 때문에 오직 이자가 높아지는 경우만 있다.
또한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6월30일부터는 6월29일 이자율에 매년 0.5%씩 이자율이 붙는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이자율이 더 뛴다.
에어부산은 2회 영구채에 대한 이자를 분기별로 지급하고 있다. 500억원에 연 이자율을 적용하면 지난해 1~3분기 영구채 이자 비용으로 나간 금액은 45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1~3분기 이자 지급 명목으로 321억원을 지출했다. 영구채 이자비용이 총이자 지급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14%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자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없는 비중이다.
영구채 상환하면 자본 감소…부채비율 상승 부담
에어부산은 지난해 보유 영구채 중 상당 부분을 상환하는 등 이자 부담을 줄여왔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3분기동안 영구채 400억원(3회 영구채 300억원, 5회 영구채 100억원)을 상환했다.
다만, 2회 영구채를 갚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영구채를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자본총계 감소로 인해 부채비율이 여기서 더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에어부산의 자본총계는 1391억원으로 직전연도(1868억원)보다 줄었다. 영구채 400억원 상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말 부채총계(1조2785억원)를 대입하면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19%에 달한다. 2회 영구채를 상환하면 자본총계가 500억원 감소해 부채비율은 한층 더 뛴다. 항공산업은 항공기 리스 부채로 인해 부채비율이 타 업계보다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에어부산의 경우 항공업계 내에서도 부채비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
에어부산의 높은 부채비율은 향후 통합
진에어(272450)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통합을 앞두고 높은 부채비율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430.6%로 에어부산의 절반 수준 이하에 그쳤다.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탓에 영구채를 상쇄할 만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억원으로 2023년(1041억원)보다 98% 감소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환산손실이 증가한 영향이다. 당기순이익에서 법정 적립금과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이 이익잉여금으로 적립된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이 줄면 이익잉여금도 줄어든다.
또한 영구채를 상환하고, 500억원의 자금을 차입 등으로 조달해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도 거론된다.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딜레마적 상황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어부산의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하는 모습이다. 외형 성장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 개선 여지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지난해 매출 1조68억원)했다. 2023년 에어부산의 매출은 8904억원이었다. 아울러 영업이익도 지난해 1463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 대비 감소율이 8.4%에 그쳐 수익성 방어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에어부산 측은 향후 영구채 상환 계획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영구채 상환 계획을 유동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