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사업 확대두고 신규 군사 전문가 영입 해석오는 주총서 전직 중장급 장군 사외이사 신규선임 상정미군과 MSRA 협상 추진…방산 시장 개척 전망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J중공업(097230)이 전인범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참모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면서 특수선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군사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합류한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어 특수선 사업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HJ중공업의 지난해 특수선 수주는 직전연도 대비 늘어나는 등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의 부족한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에 손을 내밀고 있어 HJ중공업도 특수선을 발판으로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HJ중공업 영도 조선소(사진=HJ중공업)
사외이사에 군사 전문가 영입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중장) 및 한미연합사령부 부참모장(소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면 주주총회 출석 과반수의 찬성과 출석 주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에코프라임 마린퍼시픽 등 최대주주 지분율이 66.9%에 달해 사외이사 안건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사령관은 육군 중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 군사 경력을 보유했다. 또한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부참모장으로 재직하며 우리 국군과 미군의 육·해·공군을 통합 지휘하는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이에 다방면의 군사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평가된다. 기존 HJ중공업 사외이사 구성원을 살펴보면 각각 금융, 재무, 기업문화 등에서 활약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 군사 전문가는 없었다.
전 전 사령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배경에 대해 향후 HJ중공업이 함정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직 군 안보 출신 인사의 경력을 바탕으로 방산 사업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고 아울러 방산 사업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해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함정 방산 업체들이 전직 장군 또는 안보 관련 전문가들을 임원이나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방산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HJ중공업이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준 것도 방산 사업 강화 추세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HJ중공업의 방산 사업은 매년 수주 잔고와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군비 경쟁이 붙으면서 해군력 증강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 높다. 이에 방산 사업을 강화할 동기는 크다. 지난해 3분기 HJ중공업의 특수선 매출액은 2084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1692억원)보다 23.2%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8116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838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4분기 들어 2663억원 규모의 검독수리 후속함 수주, 1247억원 규모의 고속함 성능 개량 수주 등을 따내며 연말 기준 수주 잔고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말 기준 방산 수주 잔고는 9824억원이었다.
개방된 미국 함정 정비 시장…중견 조선소 참전 기회 열려
조선업계는 미국 함정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함정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낮은 탓에 한국 등 우방국의 조선산업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조선업 역량이 낮은 탓에 함대 유지보수를 자력으로 소화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함정 건조·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조선소 주도로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이 시작됐다. 특히 미국 함정 시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방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조선소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HJ중공업도 미국 해군과 MSRA(함정 정비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RA 협약을 맺은 업체만 미 해운 함정의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협약이 체결될 경우 HJ중공업도 미국 함정을 정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아직 개별 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추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시장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가 예산 삭감에 착수했지만,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등 전투력 증강 관련 예산은 보호될 가능성이 높다.
미 해군이 중국과의 군사 경쟁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전투 함정 수는 2020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미국 해군의 함정 수는 290~300척 수준에 머물렀지만, 중국의 함정 수는 올해 395척, 2030년에는 435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이에 2054년까지 유인함 384척, 대형 무인함 및 잠수함을 134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이 계획을 자력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틈을 국내 조선업계가 파고들면 새로운 방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함정 MRO 시장을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HJ중공업도 미국 함정 유지보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