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거품론)①'공모가 뻥튀기' 경계심 확산…몸값 낮추는 기업들
'공모주 필패' 옛말...올해 상장사 절반 이상 공모가 웃돌아
올해 상장사 대부분 공모가 낮추는 분위기…부작용 우려도
공개 2025-03-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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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공모가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 기준부터 수요예측 방식, 증권사의 역할까지,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IB토마토>는 IPO 시장의 성적표를 분석하고 시장 정상화 가능성을 진단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그동안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증권사들이 앞다퉈 공모가를 과대평가하면서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IPO시장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일부 기업은 상장을 미루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모주 투자는 필패'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몸값 낮추기, 금융당국 개입 등으로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IB토마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코스피에 상장된 15개 기업들 중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5곳(미트박스(475460), 데이원컴퍼니(373160), 와이즈넛(096250), 아이지넷(462980), LG씨엔에스(064400))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초부터 자본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돌던 '공모주 투자는 필패'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공모주 수익률 5년 새 최저…올해는 달라
 
'공모주 필패'라는 말은 지난해 공모가 수익률이 최근 5년 중 가장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IPO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연말 종가 기준 IPO 기업 77사 가운데 72.7%(56사)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는 2020년 20.0%, 2021년 31.5%, 2022년 64.3%, 2023년 42.7%와 비교하면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말 상장한 토모큐브(475960)·에어레인(163280)·노머스(473980)·닷밀(464580) 등의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20% 이상 급락하면서 ‘공모주 필패’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IPO기업 상당수가 희망공모가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등 수요예측 결과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 더욱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관사는 수수료 장사, 발행사는 투자금 땡기기라는 비아냥도 뒤따랐다.
 
하지만 올해엔 금융당국이 IPO시장에 칼을 대겠다고 발표한 이후 오히려 공모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엘케이켐(489500)은 공모가 2만1000원에서 5일 종가 기준 3만1000원으로 48% 상승했고, 위너스(479960)(114%), 모티브링크(463480)(121%), 동국생명과학(303810)(19%), 오름테라퓨틱(475830)(51%) 등도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상장사들이 IPO시장 한파에 몸값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 밴드상단을 초과해 희망가격을 제시한 비중이 83.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올해는 금융당국 개입으로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경우는 사라졌다. 오히려 밴드 최하단 미만에서 상장에 도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장사 16곳 가운데 5곳 밴드 하단으로 몸값 낮춰
 
올해 상장한 16곳 가운데 희망밴드 하단 이하로 상장한 기업은 데이원컴퍼니(373160), 와이즈넛(096250), 아이에스티이(212710), 오름테라퓨틱(475830), 동국생명과학(303810) 등 5곳이다. 데이원컴퍼니는 희망밴드(2만2000~2만6700원) 하단 이하인 1만3000원에, 와이즈넛은 희망밴드(2만4000~2만6000원) 하단 이하인 1만7000원에, 오름테라퓨틱은 희망밴드(2만4000~3만원) 하단 이하인 2만원에, 동국생명과학은 희망 범위(1만2600원~1만4300원) 하단을 밑도는 9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몸값을 낮추고 상장에 도전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1호 상장 기업인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해 말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3000~2만8500원으로 제시했지만 공모주 시장 한파로 상장을 연기, 최종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9000~2만3000원으로 내렸다. 와이즈넛, 피아이이, 오름테라퓨틱 등 희망밴드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 IPO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보증보험도 조심스럽게 상장 재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6000~3만1800원) 하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 오는 1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앞서 LG씨엔에스가 희망밴드(5만3700~6만1900원) 최상단인 6만1900원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4만원대에서 머물고있는 것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IPO시장에선 전반적으로 ‘몸값 낮추기’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공모가 뻥튀기' 논란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몸값 낮추기로 높은 가격의 청약이 쏟아지는 '묻지마 청약'을 재차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불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보다 30% 높은 가격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라는 말이 돌았다"며 "자본시장의 원활한 자금조달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청약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단기차익에만 매몰된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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