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의 역설)①상장 땐 '꿈'·현실은 '적자'…기술특례기업의 실상
지난해 신규기술특례 상장 다수가 실제 성적 기대 이하
투자자 신뢰도 저하…예상치 빗나간 실적에 성토
매출 기반 가진 업체들 비교적 선방…우량 기업 중심 상장 전망
공개 2025-04-1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매출 실적이 미미한 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력만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제도다. 기술 기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상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낙관적인 실적 전망이 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장 이후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개별 기업의 특수성과 산업 구조적 변수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상장이 추진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IB토마토>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상장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상당수가 투자 설명서에서 밝혔던 전망을 밑도는 매출을 보이는 등 실적 전망에 대한 과대평가 문제가 커지고 있다. 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매출 전망을 제시해야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 또한 제고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재무 안정성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실적과 관련한 요건, 즉 매출에 대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심사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면, 무리한 매출 전망 제시를 통한 상장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투자자 보호와 제도 신뢰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거래소)
 
기대보다 못한 실적…투자 신뢰도 ‘주의’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기술특례상장 사례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상장 전 제시된 매출 전망치를 밑도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항공우주, IT, 기계 산업 등 산업군에서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23곳의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면, 2곳을 제외하고 모두 상장 당시 제시된 매출 전망치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지난해 매출이 전망치의 0.7%에 불과했다. 매출 전망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매출은 투자자 피해와 신뢰도 저하를 야기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발표된 후 다수의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매출 전망치를 밑도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기술특례기업의 상당수 주주들이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약속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탓에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다.
 
매출 전망치가 과대평가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매출을 전망하는 상장 주관사는 기업의 수주 자료, 과거 매출 추이, 수주 추진 상황, 상장사가 속한 산업군의 미래 전망 자료 등을 종합해 고려한다. 다만, 외부인으로서 기업의 내부 자료를 세세하게 검토하기에 한계가 있다.
 
또한 산업에 미치는 변수를 예측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KB증권은 배터리 진단업체 민테크(452200)의 향후 예상 실적을 논리적으로 충분히 검토했으나, 해외 매출 등의 안정적 성장 가능성은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남겨둬 매출 추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을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매출은 전망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도 크다. KB증권은 상장 당시 민테크의 지난해 매출을 402억원으로 예측했으나, 민테크는 지난해 209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은 기업의 신뢰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파두가 대표적인 예다. 파두(440110)와 파두의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며 감독 기관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투자자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조치의 필요성도 커진다.
 
 
시장성 검증 강화…낙관적 전망 줄어들까
 
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했으나, 최근 시장성도 함께 보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거래소에서도 기술특례요건의 시장성을 더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성이 일정 부분 검증된 기업을 상장하면 매출 전망 과대평가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매출 기반이 있는 기업은 관련 자료가 축적돼 있어 보다 정교한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장성이 검증된 기업들이 안정적인 매출 흐름과 수익성을 보여주는 경향이 크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매출 기반이 구축된 기업은 비교적 매출 전망과 실제 매출의 차이가 적었다. 1995년 설립된 한중엔시에스(107640)의 지난해 매출 전망치는 1871억원이었다. 한중엔시에스는 지난해 1773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망치의 95%를 충족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술특례기업 중 전망치에 근접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도 상장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현행 30억원인 코스닥 상장사의 매출 요건을 단계적으로 100억원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재무 안정성과 시장성을 겸비한 기업들로 상장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장사 전반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에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상장 요건도 함께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가 재무적으로 빈약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됐기 때문에 시장성에 치중할 경우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에서 매출 등 시장성을 중시하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술특례상장에서 시장성이 중시되는 흐름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는데,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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