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빅매치)①CJ, 조 단위 매각 시동 꺼졌다…MBK와 평행선
반덤핑 관세로 실적 날개…매각가 상승 압박
중국기업 견제 속 MBK 재도전, 성사 여부는?
공개 2025-04-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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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대형 거래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기 둔화 속에서 주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빅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올해 성사 가능성이 높은 주요 대형 M&A 거래들을 조망하고, 그 배경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지난해 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CJ제일제당(097950)의 바이오 사업부 매각 작업이 사실상 잠정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MBK파트너스와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은 데다, 최근 예상외의 실적 개선으로 CJ제일제당 측의 매각가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때 조 단위 ‘빅딜’로 성사 기대감을 모았지만, 가격 격차와 전략적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채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000억원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초 7000억원대로 예상됐던 지난해 바이오 사업부 EBITDA 규모가 늘어나면서 CJ제일제당 입장에선 매각가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는 미생물을 원료로 식품 조미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며,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이신은 동물 사료를 만들 때 첨가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한때 바이오사업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CJ제일제당은 해당 품목의 매출 비중을 2023년 기준 18% 수준까지 낮추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CJ제일제당센터. (사진=CJ제일제당)
 
반덤핑 관세 업고 실적 '턴어라운드'…몸값 눈높이 달라졌다
 
하지만 2025년 1월 EU가 중국산 라이신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다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라이신 가격이 회복된 것도 한몫했다. 
 
작년 실적도 좋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이 29조359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56억원(1.16%) 늘어난 가운데 영업이익은 1조5530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2614억원(20.24%) 늘었다. 특히 지난해 바이오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376억원으로 전년도(863억원)에 비해 34.34% 증가했다. 
 
이러한 업황 개선은 바이오 사업부 매각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M&A에서 EBITDA의 10배를 기준으로 삼지만, MBK는 실적 변동성을 고려해 7~8배(약 5조원)를 제시했다. 그러나 반덤핑 관세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CJ 측이 매각가를 더 높게 부를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광신그룹, 매화그룹 등 중국 측에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향후 매각가를 높이는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중국 기업 2곳으로부터 입찰을 받고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판단으로 입찰을 포기했지만, 중국 기업 외에도 블랙스톤, 칼라일 등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자 한 달 만에 재협상에 나섰다. 
 
일각에선 이 같은 MBK파트너스의 움직임이 가격 협상 시 벌어지는 일반적인 '줄다리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고 거절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인수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을 사전에 감지했던 MBK파트너스가 기존 인수가를 밀어붙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MBK파트너스가 중국 측에서 제시한 금액을 고려한 인수가를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초 제시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MBK 측의 일방적인 입장이었을 뿐이지,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중국 기업들이 제시한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은 안된다?…MBK가 인수해도 '마찬가지'
 
업황 호조로 매각가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협상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중국 기업 매각 가능성은 '제로(0)'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업계에선 "인수 가격만 맞는다면 중국 기업에 팔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관련 시장은 관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제외하고 나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사실상 힘든 상황일뿐더러, MBK파트너스가 인수해도, 이후 재매각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다시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선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중국 기업이 해당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며 "자본엔 사실 경계가 없고 MBK 측에서 중국 기업 인수를 배제시키기 위해 중국 기업은 안된다는 식으로 언론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도 최근 고려아연(010130)과의 분쟁에서 중국 자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진단한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보단 사업구조 재편에 가깝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핵심 자산이나 사업부를 매각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매각한 자금으로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식품사업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매각 대금을 통해 추진하는 신사업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답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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