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럽발 탄소비용 폭탄…'화물 동맹'으로 돌파구
SAF 의무사용 강화에 비용 부담 예상
화주로부터 SAF 기여금 받아 비용 부담 완화
SAF 프로그램 통해 대한항공-화주 윈-윈 효과
공개 2025-04-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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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유럽연합이 역내 출발 항공기에 대해 2030년까지 SAF(지속가능항공유) 사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의무화하면서 대한항공(003490)의 SAF 비용 지출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에서 SAF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비용 증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AF 협력 프로그램은 화주가 대한항공에 SAF 구매 기여금을 내면 대한항공은 그 기여금을 SAF 구매에 보태고, 화주는 기여금만큼 탄소 감축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SAF 구매 부담을 덜고, 화주는 탄소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가 가능한 까닭에 향후 대한항공의 SAF 협력 프로그램은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대한항공)
 
SAF 사용량 증가에 비용 부담 커져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역내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대해 SAF 사용 비율을 2%로 의무화했다. 유럽연합은 오는 2030년 역내 항공기의 SAF 사용 비율을 27%까지 빠르게 올린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이 SAF 사용 확대를 법제화한 배경에는 탄소감축이 자리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바이오 항공유로, 석유로 만든 일반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80% 이상 줄어든다. 항공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의 절반 이상을 SAF 사용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AF 의무화가 한단계 높아짐에 따라 대한항공의 SAF 사용량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대한항공은 파리에서 출발하는 자사 항공기 연료에 SAF 1%를 섞어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제 유럽연합 회원국 내 모든 출발지에서 SAF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써야 한다.
 
문제는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에 비해 2~3배가량 비싸다는 것이다. 유럽항공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항공유 가격은 1톤당 800달러 수준이고, 같은 무게의 SAF 2200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올해 대한항공이 지출하는 SAF 비용도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
 
아직 일반 항공유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SAF가 항공유 구매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항공유 구매로 3조3448억원을 지출했다. 2023년보다 운항편수와 운항거리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항공유 구매 비용(3조4087억원)이 줄었다. 유가하락이 원인이다. 다만, 올해부터 SAF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점차 항공유 구매비용에서 SAF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SAF 사용량이 늘면 점차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대량 생산되기 전까지 일반 항공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SAF 의무 사용 비율이 늘어날수록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의 SAF 비용 부담도 매년 높아질 전망이다.
 
 
SAF 협력 프로그램 강화…일석이조 효과
 
대한항공은 유럽 화물 사업에서 SAF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대한항공은 본 프로그램을 통해 SAF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AF 협력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대한항공이 SAF를 구매한 후 정유사로부터 SAF를 공급받고 추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화주에게 기여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기여금을 낸 화주는 자신이 구매한 SAF의 양만큼 탄소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다. 즉, 화주가 대한항공에게 기여금을 내고 탄소 감축 실적을 구매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화주가 자신의 화물을 타사의 운송 수단에 싣는 것만으로 탄소 감축 실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화주의 탄소 배출 기록으로 남는다. 탄소 감축 실적으로 이를 상쇄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 운송자는 기여금을 받고 탄소 감축 실적을 분배하는 제도가 나온 것이다. 해운사 HMM(011200)은 바이오 선박유로 화물을 운송하면서 발생한 탄소 감축 실적을 화주에게 판매하는 제도를 운영해 연료 비용 부담을 완화한다.
 
SAF 협력 프로그램은 매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탄소 감축 의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화물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20% 수준이다. 물동량이 많고 한국과 거리도 멀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도 많다. SAF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항공과 화주가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크다.
 
협력 프로그램으로 인해 향후 SAF 비용 부담 완화폭도 커질 수 있다. 대한항공의 SAF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LX판토스(2023년), 일본의 유센로지스틱스(2024년), 세바로지스틱스(2024년)가 현재 SAF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이다. LX판토스는 연간 화물기 1400대 분량의 항공 화물 물동량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SAF에 기여하는 정도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이 대한항공과 손잡고 향후 탄소 감축 실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SAF를 사용해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92%가량(6200톤)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AF 사용량이 전체 항공유의 1% 미만이기 때문에 총탄소배출량(2023년 기준 1447만6917톤) 대비 SAF 탄소 감축량은 적다. 향후 SAF 사용량이 늘어나면 탄소 감축 실적도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유럽 역내 항공기 운항에 대해 배출권거래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유럽 현장에서 배출권 구매 의무가 발생한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탄소 감축 의무화가 강화되면서 SAF 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라며 “대한항공과 화주 기업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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