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업계가 영업자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금리로 위축됐던 업황이 점차 개선되면서 외형 확대에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특히 자산건전성 리스크가 큰 부동산금융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대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각 사의 영업자산 포트폴리오 현황을 비롯해 전략적 특징, 강화 방안, 그리고 수반되는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캐피탈사 자동차금융 포트폴리오에서는 신차금융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중고차금융 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중고차금융은 신차금융 대비 고수익 자산으로 꼽힌다. 대출 형태도 할부금융부터 오토론(자동차담보대출), 리스, 렌터카까지 확장되고 있다. 캐피탈사가 지닌 영업 네트워크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 경쟁력 제고의 열쇠다.
신차금융 경과열에 중고차·렌탈로 시선 이동
9일 여신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캐피탈사(비카드 여신전문금융사 기준) 할부금융과 리스·렌탈 수익은 13조3147억원으로 전년도 11조6345억원 대비 14.4%(1조6802억원) 증가했다. 할부금융이 2조3221억원, 리스가 6조7471억원, 렌탈이 4조2455억원이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3%로 1.3%p 상승했다.
할부금융과 리스·렌탈은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용등급 AA급 캐피탈사가 37%, A급 이하 캐피탈사가 34% 정도로 나온다. 취급하는 품목에 따라 크게 자동차금융과 그 외 일반 부문으로 구성된다. 자동차금융 개별 비중은 신용등급별로 각각 31%, 19%다. 수익이나 자산 측면에서 모두 영향력이 높다.
자동차금융 사업에는 신차금융과 중고차금융, 렌터카 등이 있다. 신차금융은 캐피탈사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상위권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한 영역이다. 자동차금융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다만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 다른 업권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저하됐고 캐피탈사 신규 취급은 기존보다 위축된 모습이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눈 돌리고 있는 곳이 중고차금융과 렌터카 시장이다. 신차금융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상위권 캐피탈사들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고차금융은 신차금융은 물론 기업금융 내 일반기업대출보다 고수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통상 자동차금융은 다른 자산에 비해 신용위험이 낮아 영업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고차금융은 신차금융 대비 차주의 신용도 수준이 열위한 편이다. 건전성 측면을 좀 더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캐피탈사들이 일반기업대출로는 그렇게 고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라면서 “기업대출보다 리스크를 가져가면 중고차 부문을 늘리는 것이고, 이것보다 더 공격적으로 가면 개인신용대출을 늘리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영업 네트워크 활용도 중요…경쟁 심화 단계
자동차금융 시장은 사실상 금리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캐피탈사는 다른 업권에 비해 경쟁에서 밀리기 쉬운 구조다. 은행이나 카드 등 타업권 금융사는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만큼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대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도 큰 셈이다.
캐피탈사는 상품 측면에서 변화를 주기 어려운 만큼 결국 영업력 제고가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중고차 매매단지와 협약을 늘리거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캐피탈사는 중고차금융 시장에서 은행이나 카드사보다 오랫동안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라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채널이 강화되면서 할부나 오토론, 금융리스 외에 장기렌터카나 운용리스 부문에서도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할부와 오토론, 금융리스가 자동차를 구매하고 ‘소유’하기 위해 월납입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라면 장기렌터카와 운용리스는 ‘이용 후 반납’ 목적이다.
렌터카 부문 역시 제휴 채널을 늘리고 비대면 견적이나 약정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 접근성을 제고 중이다. 온라인이나 플랫폼 채널에서는 특히 다이렉트 대출 서비스를 선두에 내세우고 있다.
여신금융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캐피탈사의 중고차금융 취급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단계로 평가된다”라며 “수익성을 자산별로 알기는 어려워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취급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 1년 이상 지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수익원으로서 효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