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거품론)②주관사 책임 물어도 환매청구권 리스크 '여전'
증권사, 풋백옵션 우려…수수료보다 커
업계 "고평가 논란에도 주가 예측 어려워"
공개 2025-03-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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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공모가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 기준부터 수요예측 방식, 증권사의 역할까지,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IB토마토>는 IPO 시장의 성적표를 분석하고 시장 정상화 가능성을 진단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금융당국이 이른바 '공모가 뻥튀기'를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했지만,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037620)을 비롯해 일부 증권사들은 여전히 환매청구권(풋백옵션) 행사로 인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들 가운데 공모가 대비 주가(5일 기준)가 밑돌고 있는 곳은 미트박스(475460)(-47%), 데이원컴퍼니(373160)(-47%), 와이즈넛(096250)(-31%), 아이지넷(462980)(-53%), LG씨엔에스(064400)(-23%) 등이다. 이 중 풋백옵션이 설정되어있는 기업은 데이원컴퍼니와 아이지넷이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풋백옵션은 일정 기간 내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개인투자자가 인수한 주식을 주관사에 장외매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관사는 일반투자자가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공모가의 90% 가격에 매수해야 한다.
 
이는 당장의 수익이 없어 미래 성장성이 크지만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들에도 IPO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주로 특례 상장에 대해 주관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의무적으로 풋백옵션을 설정한다. 데이원컴퍼니와 아이지넷은 이익미실현 특례와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했다.
 
미래에셋·한투·삼성증권, 풋백옵션 우려 커져
 
데이원컴퍼니의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고, 삼성증권(016360)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아이지넷은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데이원컴퍼니의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34만250주(미래에셋증권 23만8175주, 삼성증권 10만2075주)다. 데이원컴퍼니 공모가(1만3000원)의 90%인 주당 1만1700원으로 풋백옵션을 100% 행사한다면 미래에셋증권은 27억8664만원을, 삼성증권은 11억9427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아이지넷의 경우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50만주로, 공모가(7000원)의 90%인 주당 6300원에 풋백옵션이 100% 행사된다면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31억5000만원을 떠안게 된다.
 
5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풋백옵션이 100% 행사될 경우, 각 주관사가 입게될 예상 손실 규모는 한국투자증권 14억9750만원, 미래에셋증권 11억5514만원, 삼성증권 4억9505만원이다.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후 3개월까지, 아이지넷은 상장 후 6개월까지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 주관 수수료와 비교해도 손해가 더 크다. 한국투자증권이 아이지넷 상장을 주관하면서 받은 대가는 6억4890만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데이원컴퍼니로부터 9억5857억원을, 삼성증권은 3억1709만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증권업계 "주가 예측 어려워"
 
데이원컴퍼니의 경우 상장 준비단계 당시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2000~2만6700원) 하단 대비 40.9%나 낮춘 1만3000원으로 결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자들의 신청수량 구간이 공모가 희망밴드에 현저히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데이원컴퍼니의 공모주 수요예측 당시 ‘1만3000~1만7000원’ 구간에 59.37%가 몰렸고, ‘1만1000~1만3000원’ 구간에 30.87%, ‘1만1000원 미만’에 4.43%가 몰리는 등 대다수 참여자들이 희망밴드(2만2000~2만6700원) 하단 이하를 신청했다. 밴드 하단을 포함해 2만2000원 이상 구간 신청수량은 1.28%에 불과했다.
 
특히 데이원컴퍼니는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도 있어 주가 하락이 예상됐다. 상장 당일 유통가능 주식수 비율은 32.28%, 한 달 뒤는 46.61%, 3개월 후엔 60.83%가 풀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첫날 하한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이 상장 2주 만에 절반 가까이 증발하는 등 주가는 예상대로 흘렀다.
 
아이지넷도 상장 전 IPO 설명회를 통해 오버행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공모가 7000원인 주식이 상장 1분 만에 4925원까지 밀리면서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바 있다.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신뢰’를 강조한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의 설명과는 달리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매각 제한이 걸려있지 않은 주식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아이지넷은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은 30%에서 3개월 뒤 54%, 6개월 뒤에는 74%로 급증한다.
 
이에 증권업계에선 과도하게 높은 공모가는 지양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특례 상장사들의 미래 주가 흐름까지 예측하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특례 상장 기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주가 흐름을 두고 고평가와 저평가를 논하기 어렵다"며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고 결정된 가격에서 일부 엑시트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현실적으로 피하기도 쉽지 않고 증권사 입장에서도 바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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