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가능성이 국내 타이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수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타이어 3사의 대응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미국 공장 증설과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또 전기차 타이어 시장 확대를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업계의 움직임을 조명하며, 단기적인 물량 선적 전략과 장기적인 사업 방향성 등을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예고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한국타이어앤(161390)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073240),
넥센타이어(002350)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전체 매출에서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트럼프 대통령 예고대로 고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사는 생산 거점 조정과 판가 인상,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어 효과적인 대응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매출 규모 큰데…고관세 정책 ‘치명타’ 우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9조41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조8804억원) 대비 36.79% 성장했다. 금호타이어는 4조5380억원을 기록해 3조2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2023년보다 37.87% 증가했다. 넥센타이어는 2조847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조1503억원) 대비 32.44% 늘었다.
다만, 업계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회복과 프리미엄 타이어 판매 증가로 지난해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비용 증가와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국내 타이어 3사의 전체 매출에서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인 만큼 고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가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현지 생산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테네시주 공장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기존 550만개에서 120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는 이르면 올해 4분기 초도 생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미국 판매량의 40%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또 기존 OEM(완성차 납품) 고객사와의 계약을 확대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신차용 타이어 공급 비중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모델별 생산량을 조정해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미국 판매량 중 약 90%가 베트남산 제품으로,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장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미국 현지의 높은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신규 공장 설립보다는 기존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유럽 시장 확대를 고려해 유럽 내 생산시설 신설을 검토 중이다.
현지 공장 없는 넥센…향후 대규모 투자 예상
미국 현지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관세 부과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선적해 현지 창고에 비축하는 한편, 판가 인상을 통해 비용 증가분을 만회할 계획이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등 4개 주에 현지 창고를 운영 중이며,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또 전기차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마진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높은 인건비와 건설비 부담으로 인해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는 대안도 함께 고려 중이다. 회사는 향후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최적의 생산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넥센타이어의 경우 미국 현지에 물량을 선적할 수 있는 창고 외에 별도의 생산시설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매출이 높은 만큼 해당 시장을 포기하기보다는 현지에 생산시설을 짓는 쪽이 유력해보이지만, 향후 이에 따른 자금 소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내 관세 정책이 지역별로 차등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각 사별 대응 전략도 유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북미 생산 거점을 강화하고, 그 외 유럽 및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