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케미칼, 실적 악화 속 신사업 확장…재무 부담 '경고등'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 반 토막 지속에 위기감
1천억원 투자하고 아라미드 원료 TPC 공장 착공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성 차입금 2배 이상 높아
공개 2025-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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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애경케미칼(161000)이 2023년부터 실적 부진을 겪으며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신규 사업 확장을 통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공장을 설립하고 아라미드 섬유 핵심 원료인 TPC의 국내 첫 생산에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해 1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애경케미칼)
 
영업이익 반 토막 ‘반복’…신사업으로 수익성 제고 도모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해 큰 폭으로 외형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68.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0년 574.9억원, 2021년에는 932.6억원까지 증가해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950.9억원)을 이어갔다.
 
다만 이듬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2023년 애경케미칼의 영업이익은 450.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2.61%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애경케미칼의 수익성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7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67.5억원) 대비 52.80% 줄었다.
 
애경케미칼의 수익성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반 토막 난 이유는 업황 악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증설하며 공급 과잉이 빚어져 글로벌 수요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CAPA 확대로 업황 악화를 넘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회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애경케미칼은 아라미드 섬유 핵심 원료인 TPC(Terephthaloyl Chloride) 공장 착공에 나섰다. TPC 공장은 애경케미칼 울산공장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설립될 예정으로, 올 연말 완공한 뒤 내년 초부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공장의 CAPA는 1만5000톤 규모로 회사는 향후 아라미드 시장 성장과 TPC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생산 규모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아라미드는 가볍지만 철보다 5배 이상 강한 데다 섭씨 500도의 불에서도 타지 않는 내열성을 갖췄다. 자동차 타이어의 마모를 보완하는 소재로 사용돼 점차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애경케미칼 측 설명이다. 특히 세계적인 5G 광케이블 통신 인프라 구축으로 아라미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30년까지 연평균 6%대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자동차와 항공우주, 방위 산업 등에서 아라미드 섬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TPC 수요 증가세지만…투자금만 1000억원 달해
 
아라미드 섬유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 원료인 TPC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아라미드 섬유사들은 주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애경케미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TPC를 생산하게 되면 수입 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TPC를 수입해오는 경우 들여오는 과정에서 굳어버려 이를 다시 녹여서 활용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바로 사용하게 되면 액상으로 공급할 수 있어 물류비와 더불어 굳은 TPC를 녹이는 작업에 필요한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TPC 양산과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TPC를 공급하는 최초의 기업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설비투자(CAPEX)에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일부 투자금은 이미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보다 단기성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 향후 남아 있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애경케미칼은 현금및현금성자산 901.5억원과 기타유동자산 358.3억원, 총 1259.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가지고 있다. 반면 단기차입금(2763억원)과 유동성장기차입금(69.9억원)을 합한 단기성 부채가 2832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는 차입금을 갚기에도 모자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은행에서 빌린 돈에서 발생한 이자비용만 111.8억원으로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재무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떨어진 상태이지만, 애경케미칼은 올 한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차입 등을 통해 모두 확보한 상태”라며 “향후 유동성 문제로 인해 투자에 지장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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