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들이 소속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본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매출 성장과 함께 손실 역시 확대되며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하이브와 SM은 팬 플랫폼, 게임, 드라마 제작 등 여러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대부분 적자를 내며 모회사의 순이익을 잠식하고 있다. 반면, YG와 JYP는 음반 및 MD 관련 자회사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일부 기타 자회사에서는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해 재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엔터사의 자회사별 실적을 분석하고 향후 사업 방향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엔터테인먼트 대기업
하이브(352820)가 상장 이후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 첫 순손실을 내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연과 굿즈(MD) 판매 확대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공연 비용 증가와 신인 그룹 데뷔에 따른 투자 부담이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하이브아메리카와 하이브라틴아메리카 등 해외 자회사들이 설립 초기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여기에 팬 플랫폼 ‘위버스컴퍼니’와 게임사 ‘하이브아이엠(IM)’ 등 주요 자회사들도 지속적인 손실을 내고 있어, 신규 서비스 도입을 통한 흑자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이브 사옥 (사진=하이브)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 기록
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2조2545억원으로 전년 매출 2조1781억원보다 3.51%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848억원으로 전년 2956억원 대비 37.49% 감소했다. 이로 인해 34억원의 당기순손식을 기록해 지난 2020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공연 매출은 4509억원으로 전년 3591억원보다 2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공연과 연계된 응원봉 등 굿즈(MD)·라이선싱 매출도 지난해 4202억원으로 전년 3256억원보다 29.1% 증가해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는 콘서트 147회와 팬미팅 25회를 진행했다. 다만, 공연 수요와 더불어 공연 원가가 상승했으며 투어스, 아일릿, 캣츠아이 등 신인그룹 데뷔로 영업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레이블의 경우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 집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은 빅히트뮤직이 651억원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358억원, 빌리프랩이 243억원, 어도어가 216억원, 쏘스뮤직이 7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플레디스와 빌리프랩의 경우 지난해 각각 투어스와 아일릿을 데뷔 시켰지만, 기존 아티스트 IP인 세븐틴과 엔하이픈 실적이 비대해 적자를 면했다. 세븐틴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텐 밀리언셀러를 달성했고, 엔하이픈 앨범 누적 판매량은 545만장에 달했다.
다만, 어도어는 뉴진스와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해 3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해 K팝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는 판매량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뉴진스의 활동 수익을 어도어 실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어도어의 경우 뉴진스 외에 아직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없어 신인 그룹이 데뷔할 경우 적자만 날 가능성이 있다. 민희진 전 대표가 경질된 상황에서 어도어만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야 할 과제도 떠안게 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올해 수익성이 줄어든 부분은 공연 수요가 올라간 만큼 매출도 늘었지만 공연 원가도 높아진 점이 반영됐다"라며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은 회계적 요인이 컸다. 보유한 다른 회사 지분에 대한 평가 손실과 영업권 상각으로 비현금성 비용이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해외 법인 매출 증가에도 순손실 지속·신사업도 흑자 전환 '절실'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세운 해외 법인의 경우 이제 막 성과가 나오고 있어 아직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또 신성장 사업 부문 자회사들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 투자를 감행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아메리카의 경우 매출액은 2023년 3분기 누적 285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누적 1583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빅머신 레이블 그룹 소속 칼리 피어스가 2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 됐고, 또 다른 레이블 QC 뮤직에서는 퀘이보(Quavo), 릴 베이비(Lil Baby) 등 아티스트가 활약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92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23년에는 멕시코 소재 법인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를 설립했는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투자함에 따라 비용이 확대됐다. 지난 5일에는 라틴 장르 레이블 도세밀 뮤직을 설립해 라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전망이다. 멕시코 유명 싱어송라이터 '미미 드 릴(Meme del real)', 신예 아티스트 아드리안 코타 등도 영입해 실질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기타 자회사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 비용이 집행돼 순손실이 지속됐지만, 올해는 서비스 확대로 흑자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컴퍼니, 게임사 하이브IM, AI 회사 수퍼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손실로 각각 118억원, 315억원, 78억원을 기록했다.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개시한 위버스 디지털 멤버십 관련 매출이 올해 1월부터 실적이 반영될 예정이다. 하이브IM은 ‘2024지스타’에서 선보인 ‘아키텍트: 랜드오브엑자일’을 출시하고, 향후 모바일 퍼즐 게임 ‘퍼즐 세븐틴’도 출시할 계획이다. 수퍼톤은 사용자 목소리를 캐릭터 목소리로 바꿔주는 ‘수퍼톤 시프트’ 등 서비스를 선보여 수익성을 개선시킬 전망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올해는 방탄소년단 복귀와 더불어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들의 고른 성장으로 발생할 규모의 경제 효과와 함께 라틴 법인의 매출 발생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지난해엔 위버스와 게임을 포함하는 신성장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비용이 집행됐다. 올해부터 해당 사업들 또한 본격적인 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