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실적 부진 속 사업 재편…긴축 경영 '속도'
석유화학 투자 축소·자산 매각…긴축 경영 본격화
배터리 소재·생명과학에 선택적 투자…신성장동력 확보
공개 2025-0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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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LG화학(051910)이 실적 부진에 재무 부담까지 가중되는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사업이던 석유화학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을 단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동시에 미래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소재와 생명과학 분야에는 선택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업황 악화가 심화되면서 긴축 경영과 조직 개편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사진=LG화학)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투자 규모 '축소'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91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2조5292억원) 대비 63.8% 감소한 수준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석유화학 업황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중국발 공급 과잉, 중동 지역의 공급 확대 등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실적 감소 주요 원인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다. 석유화학 시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데, 최근 경기 침체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시장 상황이 악화됐다. 최근 2년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에는 중동 국가들도 석유화학 제품 공급을 늘리는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전통적인 핵심 사업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LG화학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LG화학은 현금 흐름을 안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먼저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자금 지출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해 LG화학은 당초 4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CAPEX)를 계획했으나, 이를 2조원대로 축소했다. 올해 역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 줄이고 비효율 자산 매각…성과급도 줄여 
 
LG화학은 또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사업부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농업 계열사인 팜한농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생명과학 부문을 백신과 신약 개발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친환경 사업 부문에서도 전략을 조정했다. 최근 충남 대산에 위치한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양산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PBAT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주목받아왔으나, 경기 침체로 인해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의 친환경 정책 변화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 과감하게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내부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로 성과급 지급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해당 부문 직원들에게는 현금 150만원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이는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수준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생명과학 부문 역시 성과급 지급 비율이 230%에서 188%로 줄었다.
 
LG화학은 단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도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소재 및 생명과학 부문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다만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도 무분별한 투자가 아닌, 선택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일본 도레이와의 합작법인(JV)으로 추진하던 분리막 사업 확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양극재 출하량도 조정 중이다.
 
생명과학 부문에서는 항암 신약 개발을 지속하며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기업 아베오(AVEO)를 인수하며 항암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한 만큼,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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