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타깃으로 코웨이가 지목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웨이를 시작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주주환원율이 낮은 기업들을 향한 주주 행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현황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유통기업의 기업가치 저평가가 이어지면서 행동주의 주주들의 움직임이 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IBK투자증권이
동원F&B(049770)를 행동주의펀드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동원F&B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율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사진=동원F&B)
유통가에 잇따르는 소액주주 서한
소액주주연대 액트는
롯데쇼핑(023530) 이사회에 과도한 부채사용과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개선하라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집중투표제 도입 추진을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마트(139480) 이사회에도 재무구조 개선과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주주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마트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향후 3년간 최저 2500원으로 상향하고, 2년간 발행주식총수의 2%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IR활동 등을 통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는 행동주의 활동보다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밸류업 계획 참여를 위해 오랜시간 준비해온 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동주의 주주들의 움직임은 유통기업에 이어 식품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익명 소액주주인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는 농심에 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내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개인 투자자 신분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한 건 국내 첫 사례다.
농심 역시 이번 서한을 받기 이전부터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선제적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한 향후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비전 2030'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키워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업이 기존에 계획하던 사업이 있기 때문에 주주 제안만으로 사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주주 제안이 있을 경우 이를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IBK투자증권)
ROE 10% 돌파에도 주주환원율 '뚝'
동원F&B의 매출액은 지난 2015년 1조9310억원에서 지난 2023년 4조3608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해외와 기업간거래(B2B) 사업군 수익이 개선되면서 잠정매출 기준 4조4836억원으로 외형이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835억원, 1260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전년도 영업이익 1667억원 대비 10%, 당기순이익 1088억원 대비 15.8%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 2023년 11.72%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에도 ROE는 8.99%, 2022년 10.79%를 기록하며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자기자본에 비해 많은 당기순이익을 내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17.6%에 이르던 동원F&B의 주주환원율은 2023년 14.2%로 떨어졌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지닌 기업이 주주환원율이 크게 낮아진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향후 주주환원 강화 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원F&B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1년 이후 지속 확대되고 있지만, 2022년까지 3500원이던 주당 배당금은 2023년 800원으로 줄었다. 주당 현금배당금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 2023년 보통주 액면분할을 단행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는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눔으로써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일로, 당시 동원 측은 유통 주식수를 늘려 주가변동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은 일반적으로 어떤 주식의 시장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어 주식 거래가 부진하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운 경우일 때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주당 가격을 낮추어 주식 거래를 촉진할 수 있다.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가 낮아지면 유동성이 증가해 거래량이 늘어나고 수요가 확대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당 배당금은 감소했지만 배당 총액이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2년까지 135억원이던 배당총액은 지난해 154억원으로 약 19억원 확대됐다. 올해에도 154억원 규모 배당을 이어갈 예정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행동주의와 관련해서 주주로부터 서한을 수령한 일은 없다"라며 "올해는 대규모 투자 등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동결했으나, 배당 확대는 지속 추진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인 배당 증가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