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회사채 발행 봇물…자본조달 안정화·이자 경감 '일석이조'
최대 8천억 규모, 증권사 연초 회사채 발행 러시
실적 개선에 발행 규모 증액과 금리할인 이어져
자금조달, 단기서 장기로…이자비용 경감 기대
공개 2025-02-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증권업계가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통한 리파이낸싱을 마무리 지으면서 이자 부담을 덜어냈다.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단기자금을 융통해 자본을 조달해온 것과 다른 행보다. 회사채를 통한 조달구조 안정화가 대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지난해 실적 호황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데다 최근 낮아진 채권시장 발행 금리가 대규모 채권 발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아진 금리에 증권사 리파이낸싱 잇달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은 30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공모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번 발행에선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6900억원, 5년물은 1000억원을 모집하는 데 8800억원이 몰렸다. 
 
 
이에 따라 3년물은 기존 20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5년물은 기존 10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증액이 결정됐다. 이자율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년물과 5년물 모두 -12bp, -13bp(bp=0.01%포인트)에서 주문을 마무리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금리 폭은 민평금리에서 –0.3%포인트부터 0.3%포인트 사이다. 지난 10일 기준 NH투자증권의 3년물과 5년물 민평금리는 3.196%, 3.297%다. 이에 따라 최종 발행금리는 3.184%, 3.284%로 정해질 전망이다.
 
같은 날 신한투자증권도 회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년물 200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서 각각 7900억원, 1조10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2년물은 1400억원, 3년물은 3600억원으로 증액됐다. 발행금리도 할인에 성공해 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3bp, 3년물은 -10bp로 목표액을 채웠다.
 
앞서 증권업계는 연초부터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포문을 연 곳은 삼성증권(016360)이다. 지난 1월15일 발행조건을 확정한 삼성증권은 2조2900억원 수요가 몰리면서 5000억원까지 늘리고 금리도 낮췄다. 이어 미래에셋증권(037620)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도 모두 증액과 금리 할인에 성공했다. 
 
이 같은 증권사 회사채 발행 흥행 행진은 연초 효과와 더불어 업황 개선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 증권업계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상위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 규모가 1년 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다. 이중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039490),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1조원을 웃돌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에도 증권업 전망은 밝은 것으로 평가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이슈와는 다소 거리가 있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연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업황은 타 산업 대비 비교적 우호적”이라며 “이는 지난해까지 증권사가 체력을 비축한 데다 정책적 유불리에 따른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금조달 구조 안정화에 초점
 
이번 회사채 발행의 특징은 최소 규모도 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라는 점과 대다수 채권이 단기 채무 상환에 쓰인다는 점이다.
 
실제 2월 17일까지 진행된 증권사 회사채 발행 규모를 보면 가장 작은 미래에셋증권도 발행 규모가 3000억원이고 KB증권의 경우 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도 발행 규모가 5000억원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증권업계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이자비용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증권업계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만기 1년 미만) 상환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1월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2년물과 3년물, 5년물 이자율이 각각 3.942%, 3.949%, 3.987%다. 올 2월 발행된 금리가 3%대 초반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0.9%p 이자부담을 덜은 것이다. 발행액인 800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발행 금리 차이로 인한 이자 경감액은 연간 70억원대에 달한다. 
 
KB증권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된 8000억원 중 2400억원은 전단채, 나머지 5600억원은 CP 상환에 사용한다. 2024년 당시 KB증권의 1년 CP 민평금리는 전일 기준 4.17% 수준이었다. 금리 차가 1%p 정도로 CP만 따져도 50억원이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증권업계의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CP, 전단채와 같은 단기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시장금리가 장기적으로 우하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현재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2022년과 2023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기 보다는 자금 구조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미 금융당국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가 줄었지만 시장에서도 금리가 충분히 낮아진 만큼 증권업계의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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