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 무형자산화)③보령, 자산화율 8% 벽…'카나브'로 임상 박차
주력 파이프라인 대부분 1상 진행
업계 대비 낮은 R&D 투자 비율
카나브 패밀리 중심 임상 예고
공개 2025-02-0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4: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목표로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어가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임상 3상 단계부터 투입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형자산으로 인식된 신약이 개발에 실패할 경우 해당 비용은 전액 손상처리되어 재무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활발한 신약 개발 활동에도 불구하고 무형자산화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이 있다. <IB토마토>는 이러한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상황과 무형자산화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보령(003850)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발비의 무형자산화 비율은 8%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대비 낮은 R&D 투자 비율을 보인 가운데, 주력 파이프라인들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회사는 최근 탄탄해진 실적과 현금창출력을 배경으로 '카나브 패밀리' 중심의 임상 속도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진=보령)
 
제네릭 등 여파로 무형자산화비율 8%대 그쳐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34억원을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용 합계(409억원)의 8.3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음에도 초기 물질의 비율이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개발비의 자산화는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시점부터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보령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만 약 30개에 달한다. 제네릭을 제외한 신약·개량신약은 약 20개다. 이들 가운데 △BR1007(CKD)가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개량신약인 △BR1015(고혈압) △BR1017(고혈압·이상지질혈증) △BR1018(고혈압·이상지질혈증) △BR1019(고혈압·당뇨) 등의 파이프라인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BR3003(당뇨복합제)가 개발 완료되면서 상각되고 있다.
 
업계 대비 낮은 R&D 투자도 임상 진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보령의 연구개발비율은 5.38%(409억원)로, 매년 매출액 대비 6%내외의 투자 규모를 이어왔다. 비슷한 매출을 내고 있는 HK이노엔(195940)(9.06%), 동아에스티(170900)(19.9%)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다만, 보령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상 승인을 얻었다.
 
보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신약인 BR2002를 비롯한 다수의 개량신약과 제네릭 항암제를 개발 중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25건의 임상을 승인받았다"라며 "또한, LBA를 통해 해당 시장 내 영향력이 큰 오리지널 제품을 직접 자산화함으로써 수익성 제고와 함께 개발 역량 강화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재무안정성에…'카나브 패밀리' 중심 R&D 속도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보령은 현금창출력을 대폭 개선하면서 확보한 자금을 통해 임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3년 3분기까지는 영업활동으로 302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이후 지난해 3분기에는 679억원이 들어오면서 두 배로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시작 점인 당기순이익이 대폭 개선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보령은 5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창출했다. 법인세수익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직전연도 동기(346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배경은 외형성장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284억원에서 7602억원으로 20.97% 늘었다. 주력 제품인 카나브 패밀리(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 주력 제품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른 매출 증대를 이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탄탄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보령은 카나브 패밀리와 관련된 파이프라인 BR1017과 BR1018을 중심으로 R&D 전략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카나브정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보령에서 출시한 국산 15호 신약이다.
 
지난달에는 BR1017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BR1017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개량 신약 복합제로, 지난 2022년 12월23일부터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고, 향후 품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BR1018은 카나브와 고혈압치료 성분 암로디핀,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인 아토르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조합한 4제 복합제다. 지난 2023년부터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동성 자금도 넉넉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79억원이다. 매년 400억원을 웃도는 R&D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나, 확대된 현금창출력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무형자산이 늘어날 경우 우려할 수 있는 상각비도 매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발생한 보령의 무형자산상각비는 148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142억원)와 유사한 규모로 나타났다. 다만, 무형자산손상차손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는 없다.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인식되고, 순이익을 악화시킨다.
 
지난해 3분기까지 보령은 기타무형자산에 대해 19억원의 손상차손누계액이 쌓였다. 이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계약 미성사에 따른 기술료·라이센스 등에 관한 내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보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손상차손과 관련해서는) 2016년부터 2018년도 당시 계약 미성사된 기술료와 라이센스 등 자산을 손상 처분 처리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글로벌 CDMO 사업과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상업화를 위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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