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어닝쇼크)'조단위' 적자에 신용등급 하락…IPO 제동
인도네시아·사우디 현장서 1.2조 규모 '잠재 손실' 반영
2021년 IPO 철회 이후 재도전 노려…지난해 대규모 손실에 잠정 연기
한기평 신용등급 '강등'…한신평·나신평은 '하향 검토'
공개 2025-02-0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4: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기록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에 기업공개(IPO) 시점이 멀어졌다. 또한 실적 공개 이후 이어진 회사의 신용등급 ‘줄하향’ 역시 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임 경영진의 IPO 추진 동력 제공을 위한 ‘빅배스’(경영진 교체 시기에 진행하는 잠재 부실 처리)를 단행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사진=뉴시스)
 
현대ENG 해외 현장 손실에…모회사 실적도 ‘동반 악화’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조69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반면,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785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새 -2조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당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등 해외 현장에서의 잠재적 손실이 지난해 4분기에 일괄 반영된 결과”라며 “당사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3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돼 있고, 영업실적이 모회사 연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8145억원, 영업손실 1조431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1조9459억원, 영업이익 1913억원을 기록 중이었으나, 4분기 대규모 손실 여파로 지난해 회사의 영업손실 총액은 1조2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조 단위’ 영업손실의 주범은 ‘인도네시아 발익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도급액 4조3720억원)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1조2215억원) 등 2개 사업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공사비 상승, 발주처와의 협의 난항 등에 따라 예상되는 손실을 지난해 4분기에 일괄 반영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손실을 4분기에 반영한 것이 아닌, 사업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를 손실로 반영한 것”이라며 “공사비, 공사기간에 관한 발주처와의 재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도 높아져…IPO 재추진 순연 불가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미래에셋증권(037620)과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특히 당시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포함해 75%에 달했던 구주 매출이 상장 실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23년부터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공사를 집중 수주하며 수익성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해외에선 △미국 SK배터리공장(도급액 2조3259억원) △미국 HMGMA 현대차공장(8789억원)을, 국내에서는 △울산공장 전기차 신공장(8317억원) △GBC 신축공사(7681억원) 등 굵직한 계열사 발주 공사들을 따냈다. 이 결과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8조8124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13조633억원으로 4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164억원에서 2551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14조765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기록한 대규모 손실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러한 실적 경신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어닝 쇼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곳은 신용평가업계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034950),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회사 실적이 공개된 지난 22일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신용등급의 주된 변동요인으로는 ‘진행사업의 질적 수준 저하’가 지목됐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인도네시아, 사우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진행 능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경쟁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하향 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해외 사업장의 추가 손실 인식 가능성과 국내 주택 분양 실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4분기 손실 반영이 주우정 대표이사 등 지난해 11월 선임된 신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빅배스’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장을 한차례 철회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담긴 손실 반영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기점으로 약 2년 후 IPO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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