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 자회사 배당·로열티로 하는 순수 지주회사지분율 20% 이상 보유 시 지분율 만큼 회계에 반영주력 자회사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유통가에 불어온 경기침체 한파가 끝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와 전문가들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2026년까지 2%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유통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거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토마토>에서는 유통기업들의 밸류업 가능성과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주요 유통기업들이 자회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 실적이 지분법평가손익으로 반영돼 모회사의 경영성과와 기업가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면 모회사 가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AK홀딩스(006840)와 같은 순수 지주사는 배당 수익과 브랜드 로열티 등을 영업수익으로 하기 때문에 자회사의 수익성에 따라 실적 변동이 발생한다. 이에 자회사의 실적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코파일럿 AI)
순수지주사 AK홀딩스, 자회사 기업가치 제고 절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유통기업들의 자회사들도 배당과 수익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에 나섰다. 자회사 실적 개선이 지분법평가손익으로 반영돼 모회사의 경영성과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회사의 기업가치 역시 기업가치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현재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발표한 곳 가운데 자회사 실적 개선이 절실한 곳은
AK홀딩스(006840)가 꼽힌다. AK홀딩스는 AK플라자(60.2%)와
애경산업(018250)(47.3%)을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로 두고 있다. 각각 백화점부문과 생활용품 화장품 부문으로 분류되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 17.2%다.
특히 AK홀딩스가 배당과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용역서비스 등 경영자문 수수료, 상표권 사용 수수료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순수 지주회사임을 감안하면 백화점·생활용품 자회사뿐만 아니라
애경케미칼(161000) 제주항공(089590) 등 주요 자회사들의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호 한국 IR협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AK플라자에 대한 유상증자와 지급보증 등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은 그동안 AK홀딩스에 대한 할인요인으로 작용했다"라며 "AK플라자의 재무구조 개선이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자회사 수익성 개선 등 목표 제시
자회사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모회사 전체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요 유통기업들은 자회사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현행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거나 20% 미만이라 하더라도 최대주주 등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회사의 순이익이나 손실을 지분율 만큼 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유통 빅4 기업 중 자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롯데쇼핑(023530)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071840)의 지분 65.25%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지분이 50% 이상일 경우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는 하나의 회사로 보고 각 재무제표를 합산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하이마트가 롯데쇼핑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쇼핑 연결 기준 매출에서 하이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1년 24.8%에서 2023년 17.9%로 줄었다. 같은기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15조5736억원에서 14조5559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하이마트·홈쇼핑·컬처웍스 등 자회사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등을 수익성 개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다만 백재승 삼성증권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폭의 이익 증가를 약속한 해외사업과 연결 자회사 실적 증대에 대한 구체적 경로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라라고 평가했다.
자회사의 '흥망성쇠' 모회사 기업가치에도 영향
자회사의 고성장세가 모회사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7월2일
SK바이오팜(326030)이 상장을 앞두면서 지주사이던
SK(003600)의 종가는 5월4일 17만6000원에서 6월2일 24만4000원, 7월2일 27만8500원으로 세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바이오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상승한 경우다.
올해 상반기에는 LG CNS의 상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003550)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회사가 상장하면 발행주식과 공모가 산정에 따라 현금이 자회사로 유입되고, 모회사의 연결 자기자본 총액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회사가 재무건전성 개선이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경우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가치도 재평가 받을 수 있다.
반면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녹십자(006280)는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12월30일 17만9500원에 이르던 종가는 23일 14만1100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다올투자증권은 자회사
지씨셀(144510) 등의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적정주가를 20만원으로 직전평가(21만원) 대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녹십자는 지씨셀의 지분 34.99%를 보유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자회사를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는 경우나 수직적 통합 등으로 전체 사업과 연계된 경우 모회사 실적과 연동될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모회사의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실적을 예의주시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연결 재무제표의 비중이 높은 자회사일 경우 실적 관리와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