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금융이 올해 효율적 자본관리와 이자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기발행 사채를 상환하면서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이자 비용도 아낀다는 전략이다.
KB금융지주 본사. (사진=KB금융지주)
금융지주 중 신종자본증권 첫 발행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은 상각형조건부 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1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6일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긴 특성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2020년 5월 발행한 2-1회 신종자본증권과 42-1회 무보증사채를 상환하는 데 쓰인다. 각각 3250억원과 1300억원으로 총 4550억원 규모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조달하는 자금 전액이 쓰인다는 뜻이다.
다만 이자율은 비교적 높다.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KB금융은 3.3~ 4% 금리를 제시했으나 밴드 최상단 수준인 4%로 결정됐다. 상환 대상인 2-1회는 3.3%, 42-1회는 1.59%인 데 반해 다소 높은 수준으로 이율이 정해졌다.
긍정적인 부분은 금리가 지난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대비 낮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KB금융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4.34%다. 1년 내 국내 금융지주 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기준, 최저 이율은 지난해 9월 농협금융지주의 3.95%다.
KB금융이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사유는 자기자본비율 향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금융의 총자본비율은 16.75%다. 기본자본비율이 15.52%, 보통주자본비율이 13.85%다. 지난 2021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KB금융의 총자본비율은 15.77%, 기본자본비율은 14.54%, 보통주자본비율은 13.46%다.
지난해 3분기 KB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인 337조3390억원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에 포함돼 기본자본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5.52%에서 15.64%, 총자본비율은 16.75%에서 16.87%로 각각 0.12%p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비중 변화로 효율적 자본 관리
다만 KB금융은 신종자본증권을 회사채 발행으로 상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40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나, 지난 15일 공시한 무보증사채에 대한 일괄신고서 규모에 비하면 금액이 적다.
KB금융은 올해 말까지 2조80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총자본비율을 늘릴 수는 있지만, 출자 여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휴자금을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을 무보증사채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5년 콜옵션이 다가오는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2020년 7월14일 발행한 제3-1회 3700억원, 같은 해 10월 20일 발행한 4-1회 4350억원 등이다.
금리 차이도 확연하다. 지난해 10월 말 KB금융이 발행한 49-1, 2, 3회의 연간 이자율은 각각 3.307%, 3.304%, 3.28%다. 같은 기간 증권등급 AA- 금융지주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인 4%대와 약 1%p 차이다. 무보증사채는 신종자본증권과는 달리 회계상 부채에 포함되지만, 이자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신종자본증권 대신 무보증사채 규모를 늘리는 이유는 또 있다. 총자본관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집중하고 있는 주주환원과 연관된 지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기 때문이다.
이미 KB금융은 높은 수준으로 총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지주 중 BIS자기자본비율이 16.47%로 가장 높다. 신한지주가 15.88%, 우리금융지주 15,62%, 하나금융지주가 15.42%다.
CET1도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13.85%다. KB금융 밸류업의 핵심은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KB금융은 지난 10년간 수익창출력 개선을 통해 CET1을 개선해왔다. 지난 2021년 KB금융의 보통주자본은 39조144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6조7150억원으로 증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추진하는 모든 비즈니스에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데이터로 증명할 것”이라면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펄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