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를 맞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이후 지속된 위기와 악재 속에서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해 혁신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신사업 추진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한국 증권업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2025년 국내 투자은행(IB) 시장, 특히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을 비롯한 전통 IB시장은 소수의 증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이를 나눠 먹는 구조다. 대안으로 해외 진출은 몇 년째 제기되고 있는 화두지만 리테일 시장 진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달러채 발행을 주관하면서 해외 DCM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투, 글로벌 DCM으로 활로 뚫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필리핀 부동산 개발업체 비스타는 5천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을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KIS Asia)이 단독 주관했다. 국내 증권사 최초다. 심지어 하이일드 채권이다. 이어 몽골 상업은행인 무역개발은행의 달러채 발행도 도맡는 등 아시아 DCM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국내 발행사의 조달처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해외 기관들의 국내 여전체 수요를 파악하고 현대캐피탈, KB국민카드 등의 신디케이트론 조달을 도왔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장에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해외법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3분기까지 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의 영업수익은 한화로 2995억원을 기록해 전년 기록한 2222억원 대비 34.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87억원으로 8.39%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시장에서 KIS US, KIS아메리카, SF크레딧파트너스 등 3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어 싱가포르, 홍콩, 영국, 베트남 등지에서 총 법인 9곳과 현지사무소 2곳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해외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설명회 'KIS 챗 인 서울'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참여해 참석자들과 직접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앞서 신년사에서 “글로벌화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부족한 글로벌 네트워킹…글로벌 IB와 협업 필요
증권업에서 보유 자본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인적 네트워크다.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대학 재학생 채용에 대표가 직접 나서고 글로벌 법인과 금융사 인수를 진행한 이유다.
실제로 대다수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더딘 편이다.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경쟁력도 부족해 사업도 한정적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현황 및 과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4개 국내 증권사가 13개국에 69개의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지만 당기순이익에서 해외사업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최 위원은 이에 대해 "주력 사업은 현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물(한국기업의 해외화폐 증권이나 채권)의 중개가 주요 사업영역이고 이는 제한적인 수요와 해외 투자자의 한국 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크게 확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한 차례 고비를 맞으며 다시금 수익성 측면에서의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해외법인과의 파트너십 체결이나 인수합병(M&A)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 위원은 국내 증권사들 중 해외 금융사 인수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효한 대안이다는 평가를 내왔다.
출처=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현황 및 과제>
미래에셋증권(037620)의 경우 2017년 ETF 전문 자산운용사 Global X를 인수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유럽 ETF 시장조성(market making) 전문회사 GHCO를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22년 미국 중대형 증권사 Stifel과 함께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전문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미들마켓(middle market) 대출 시장을 중심으로 딜 소싱 및 상품개발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글로벌 IB와 비교시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와 트랙레코드가 부족해 주간사단으로 선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증권사는 어느정도 역량에 대한 검증이 된 만큼 향후 글로벌 IB와의 협업을 통해 점진적인 시장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