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 최대 규모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가운데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1분기부터 기발행 채권의 상환 금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빠르게 발행되고 있다. 다른 업권 대비 높은 발행금리 탓에 이자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자본확충 목적 '대부분'…K-ICS 비율 하락 탓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보험업계는 현재까지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공모 발행했다. 자본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사채를 말하며, 발행하는 금액만큼 보험사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 사례는 ▲
한화손해보험(000370) 후순위채 5000억원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3000억원 ▲DB생명 후순위채 3000억원 등이다. 이달 발행 예정이지만 수요예측이 아직 진행하지 않은 건으로 ▲
DB손해보험(005830) 후순위채 4000억원(최대 8000억원)이 있다.
본래 올해 1분기 기발행 채권의 콜 옵션(5년 중도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1900억원이다. 앞서 2020년 발행했던 것들로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1500억원(만기 2월14일)과 DB생명 사모 신종자본증권 400억원(만기 3월31일)이다.
최근 발행 양상은 기존 채권 차환이 아닌 순수 자본확충 목적이 대다수였던 셈이다. 메리츠화재 3000억원의 경우 1500억원은 채무상환(차환) 자금이며, 나머지 1500억원은 추가적인 운영자금(자본확충) 확보 목적이다. DB생명 3000억원은 차환 없이 전액 운영자금 용도이며, 한화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자본확충 배경에는 계속 저하되고 있는 K-ICS 비율이 있다. 이는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데, 업계 전반적으로 수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상태다. 시장금리 인하라는 거시적 요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라는 제도적 요인이 겹치면서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보험사 대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해당 금액은 후순위채 6조원에 신종자본증권 2.2조원으로 총 8.3조원 정도다. 올해도 같은 요인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발행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 후순위채, 구조적으로 발행금리 높아
보험사 자본성증권은 발행금리가 높은 편이다. 최근 후순위채 발행 건을 살펴보면 금리 수준이 ▲한화손해보험(AA-) 4.79% ▲메리츠화재(AA0) 4.19% ▲DB생명(A+) 5.03% 등이다. 앞서 지난해 4분기 보험업계가 발행한 채권도 금리 범위가 4.2%~6.2%로 높았으며, 합계 평균은 5.1%로 계산된다.
앞선 세 건은 발행 당시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네 곳에서 제공하는 금리의 산술평균) 수준이 10년물 회사채 기준 신용등급 별로 ▲AA0 4.08% ▲AA- 4.44% ▲A+ 4.97% 정도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 금리가 6%대로 가장 높았던
롯데손해보험(000400)의 경우 신용등급이 A-이며 민평금리가 6.21%다.
(사진=보험업계)
보험사 채권 발행금리는 제2금융권 내에서도 높게 형성되는데, 변제 순위 측면에서 선순위가 아닌 후순위로 내놓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기본적인 조달 자체를 수입보험료로 충당하고 있고, 그 외 채권 발행은 자본확충이 목적이기 때문에 선순위 필요성이 떨어진다. 대신 구조적으로 금리를 높게 가져간다.
증권사 한 크레딧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후순위가 선순위보다 잠재적인 투자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평가등급 산정에서 1노치(Notch) 낮게 책정되고 가산금리를 더 주게 된다”라며 “후순위는 만기도 길기 때문에 투자자가 같은 금리로 매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구조적 여건에 따라 높은 금리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도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이 예고된 만큼 이자비용은 계속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중소형사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사 전체 이익 규모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라면서 “다만 K-ICS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중소형사의 경우 지속적인 채권 발행이 필요한 상황인데, 높은 금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