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새해를 맞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업금융(IB)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쳤던 IB 업무를 전통IB와 기업투자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사가 독점하는 리테일 부문보다 IB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IB토마토>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IB 전략을 점검하고, 올해 IB시장의 향방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은 중소형 증권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과점 시장이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DCM에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ECM에선 대형사들이 미쳐 주목하지 못한 기업 발굴이 주요 전략으로 떠올랐다.
중소형사 '합종연횡'으로 경쟁력 키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40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2년물, 3년물, 5년물로 구성된 발행은 각각 700억원, 23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모집될 예정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사진=한화투자증권)
이번 발행에서 2년물 채권주관은
한화투자증권(003530)과 키움증권이 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KB증권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2024년 한화투자증권의 채권 주관실적은 총 3430억원이다. 이중 KB증권 관련 실적만 2895억원에 달한다.
실제 DCM에선 발행사와 주관사 간 파트너십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미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인하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기관투자자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채권 투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경우에서 채권 발행과 완판 자체가 수월해진 만큼 채권 주관 능력만큼 금융사 간 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한편으론 당장 주관을 노리기보다는 인수사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DCM 문을 두드리는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채권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전략으로 삼았다. 지난 2023년 10여 명 규모의 금융채 전문 영업조직을 영입해 채권사업실 소속 채권금융2팀을 구성하면서 은행채와 금융채를 중심으로 인수에 나섰다. 이어 기업금융1팀에도 기업금융과 회사채 세일즈 전문 인력을 대거 수혈한 바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DCM은 참여 자체가 중요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2년 고금리가 시작된 당시만해도 채권발행과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커 리스크 헷지와 같은 인수 채권 처리가 필요했지만 시장 환경이 우호적인 상황에선 실적 쌓기가 더 낫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채권 발행 환경이 비교적 우호적으로 바뀌어 발행에서 증권사가 지는 리스크가 적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수사로 나서 트랙레코드를 쌓거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 접근을 시도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ECM, 숨은 기업을 찾아라
ECM의 경우 대형 증권사가 미처 손대지 못한 숨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IPO는 기업 발굴부터 자금조달 계획 설립, 기업가치 평가와 산업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종합 금융서비스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공동 주관사나 인수사로 참여하는 이유다. 그룹 계열사 IPO나 시장의 관심이 높은 대형 IPO의 경우 대형사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신영증권(001720)은 검사 장비 전문 기업 쎄크의 코스닥 상장을 단독으로 맡았다. 지난해 11월 중순 예심을 청구한 뒤 2개월 만에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2024년 스팩주를 포함해 6건의 IPO 주관을 맡아 1141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유일하게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신영증권)
신영증권의 경우 이처럼 여타 중소형 증권사와 달리 대부분 대표 주관을 맡는다. 실제 지난해 진행한 일반종목 5건의 IPO에서
클로봇(466100)을 제외한 4개 종목을 대표주관했다.
쎄크의 경우 산업용 X-ray 검사장비 및 주사전자현미경(SEM) 분야에서 실력자로 통한다. 국내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매출액 92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알짜 중소형 IPO 주관은 실제 사업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영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반기 IPO 인수수수료는 27억원이다. 전년 연간 수수료는 37억원이다.
DB금융투자도 작년 3분기까지 실적에서 IPO 인수수수료로 16억원을 가져갔다. 전년 수익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중소형사 IB 경쟁력은 한정된 자금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보다는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해 사업 운영에서 다소 제한을 받기 마련”dl라며 “이에 따라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을 집중화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