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동일, 최대주주 대여금 논란 후폭풍…감사위 설치 '무용론'
감사위원 전부 사외이사 선임 방침
지난해 견제 기능 못한 사외이사 선임될 듯
집중 투표제 도입으로 견제 기능 강화 목소리
공개 2025-0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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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DI동일(001530)(이하 디아이동일)이 내부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설되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현재 재직 중인 사외이사들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디아이동일이 최대주주인 정헌재단에 대여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회사 결정에 대한 견제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이사회 승인 없이 최대주주에 대여금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아직 소액주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놓고 또 다시 최대주주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DI동일)
 
주주 가치 제고 약속…제도 개선 추진
 
5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이동일은 올해 1분기 중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최대주주 정헌재단의 대여금 사건, 2015~2019년에 걸친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례 적발 등 연이은 악재를 털어내고 소액주주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감사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디아이동일은 제도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로 주요 업무는 재무제표 작성 및 작성 절차 점검, 회사 업무 및 의사결정의 적법성 감시가 있다. 아울러 적법성을 넘어 회사의 의사결정이 부당한 경우 타당성을 감사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현행 규정상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며, 위원회 구성원의 3분의 2는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다만, 디아이동일은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견제의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사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현재 사외이사들이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견제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디아이동일은 지난해 최대주주 정헌재단과 대여금 거래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없이 대여금을 지급하는 등 신용공여금지원칙 위반 논란이 일면서 이를 견제하지 못한 현 사외이사들과 감사의 역할도 도마위에 올랐다. 또한 논란 이후 이사회의 추인(사후 승인)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 역시 사외이사들이 늦장 대응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이동일 이사회 멤버 8명 중 3명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감사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될 경우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가능성도 있다. 소액주주가 최대주주 지분율에 육박하는 표 결집력을 보였지만, 여전히 근소하게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디아이동일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연임 제한 등 규정은 없고, 연임이 가능하다는 조항만 있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디아이동일 측은 사외이사 연임 여부에 대해 현재 아직 사안을 논의중이라는 입장이다.
 
 
여전한 불신…감사위원회 실효성 확충 방안은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 이후 디아이동일은 자사주 전량 소각,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 및 제도 선진화 방침을 밝히며 주주 가치 제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주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사와 감사가 여전히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도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지목된다.
 
소액주주 측은 신뢰 제고를 위해서 집중 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들이 제안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직접 감사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집중 투표제는 1주당 의결권 수가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배정되는 제도로, 다수의 의결권을 특정 이사에 몰아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열세인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다만, 주주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디아이동일이 한 차례 더 양보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관련 업계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신뢰를 얻으려면 구성원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삼정KPMG는 감사위원회와 관련한 운영 규정을 명문화하고, 감사위원회의 활동 내역을 공시하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감사위원회 후보 추천 기능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회 후보 추천위원회가 수행하는 것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과 주주들은 집중투표제에 대해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지했으며, 임시주총 결과 집중투표제 찬성률은 76.4%에 달할 정도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디아이동일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영 개선 계획 이행 등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며 신뢰를 제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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