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팜, 400억 투자 유치 후 IPO 불확실…투자사 '엑시트' 고민
의약품 플랫폼, 30곳 업체 경쟁…후발주자 수익성 의문
할인 경쟁에 제약사 자체 온라인몰 도입 등 악재 산적
공개 2025-0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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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지난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400억원을 유치한 의약품 온라인 주문 플랫폼 바로팜이 최근 의약품 온라인몰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공개(IPO)는커녕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BVA), KDB산은캐피탈, 미래에셋증권(037620) 등 투자사들은 투자회수(엑시트)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블루엠텍(439580), 팜스넷, HMP몰, 더샵, 플랫팜 등 30여 개로 추산된다. 이중 2023년 12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블루엠텍 투자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경쟁 과열로 업계 대부분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팜은  2021년 매출 2.7억원에서 2022년 15.7억원, 2023년 78.9억원으로 급성장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억원, -15.3억원, -3.3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바로팜
 
경쟁 과열로 제살 깎아먹기…대부분 '적자'
 
국내 온라인 의약품 유통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병원과 약국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 의약품 온라인몰에서 리베이트에 가까운 포인트나 할인을 제공하면서 '제살 깎아먹기'로 번지고 있다. 약국 반품 보상 플랫폼 약올려는 의약품 구매 시 최대 7%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피코몰도 할인율이 3.2%에 달하는 등 사실상 의약품 유통업체가 제약사에서 받는 유통 마진에 육박했다는 평가다. 마진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승자 독식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온-오프라인 의약품 거래 플랫폼 1위 업체인 HMP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176억원으로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순이익도 119억원으로 안정적이다. 바로팜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로만 보면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 동아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적인 온라인 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악재다. 
 
 
경쟁 과열로 성장 가능성 '의문'…투자자 '불안'
 
IPO에 앞서 바로팜이 우려하는 것은 예상보다 공모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약품 유통업체인 블루엠텍의 기술특례 상장 이후 불거진 ‘거품 논란’ 영향 때문이다. 블루엠텍은 영업적자가 계속 나자 투자자들의 자금 수혈로 운영을 지속했고 IPO 이후 대규모 엑시트가 발생하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블루엠텍에 2억원을 투자해 100억원을 가져가면서 50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업계의 쿠팡’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다르게 블루엠텍은 지난해 3분기 -2억원의 영업손실,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분기 92%에서 3분기 152%까지 늘어났다. 성장률도 2023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 성장했던 것과 달리 공모 직전인 2분기엔 33%에 그쳤다.
 
바로팜은 지난해 8월 프리IPO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BVA), KDB산은캐피탈, 미래에셋증권, CJ대한통운(000120)으로부터 400억원가량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이른 시일 내에 IPO에 도전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후 별다른 공식입장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로팜이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해 내년 상반기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특례상장)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적자였음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한 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테슬라와 같은 기업을 육성하고자 2017년 마련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바로팜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블루엠텍처럼 성공적인 엑시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상장 요건 강화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맞물려 IPO가 늦춰지거나 공모가가 낮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슬라 상장 요건 특성상 상장 후 3개월 내에 기업 주가가 공모가 대비 90%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증권사가 공모가의 90%의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붙어 주관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플랫폼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IPO를 통한 자금회수는 대표적으로 블루엠텍의 경우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단타 이상의 공고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공모가 산정에 있어서도 바로팜이 프리IPO에서 책정된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바로팜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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