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특별계정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퇴직연금은 수입보험료 감소로 인해 지난해 결산 실적이 불투명해졌고, 변액보험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다른 금융업권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절실하며, 변액보험은 금리 추가 인하 여부와 주식시장 환경 등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IB토마토>는 특별계정의 구성부터 개별 항목의 특징, 주요 변수, 그리고 보험사들의 대응 전략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 퇴직연금 사업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적립금 비중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다른 업권 대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인데,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으로 구성된 만큼 여건 개선이 쉽지 않다. 실적배당형 분야로 영역을 더 넓히거나, 상품 컨설팅 능력을 키우는 것이 대응책으로 언급된다.
낮은 수익률에 적립금 비중도 저하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영업은 같은 보험사 간 경쟁보다 은행이나 금융투자(증권), 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과의 차별 전략이 중요하다. 보험권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으로 구성된 만큼 상품 매력도 저하가 업권 전반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수익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 고객이 더 나은 투자 상품을 좇아 이동하게 되는데, 은행이나 금융투자 등 다른 업권으로도 빠져나갈 수 있다. 퇴직연금 계약이 보통 만기 1년 단위로 갱신된다는 점도 이동 가능성 확대 기반으로 깔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규모가 증가해 왔지만 보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는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비중은 각각 20.5%, 3.9%였다. 전년 대비 각각 1.1%p, 0.4%p 내려갔다. 2021년에 이어 하락 흐름이 지속됐다. 기본적으로 다른 업권 대비 상대적인 수익률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2023년 연간수익률의 경우 은행 4.87%, 금융투자 7.11%, 생명보험 4.37%, 손해보험 4.63% 정도에서 형성됐다.
지난 한 해나 올해 적립금 전망도 비중이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보험업계 회계가 IFRS17으로 전환된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차원에서 일반계정 내 보장성보험에 영업이 집중된 까닭에 특별계정과 같은 투자 성격의 상품에는 관심이 덜 가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구 고령화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보험 산업 관련해서도 적립금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적립금 비중은 은행이나 금융투자 업권에 비해 하향 추세가 예상된다”라고 했다.
실적배당형 영역 확대…컨설팅 능력 제고 필요
보험업계 퇴직연금 경쟁력이 제고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는 원리금보장형 외에 실적배당형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적배당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만큼 상품 매력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9개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합계가 964억원이며, 5개 손해보험사는 582억원이다.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285억원, 303억원 증가했다. 다만 실적배당형은 현재 보험사 주력 분야가 아닌 만큼 전체 퇴직연금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적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원리금보장형은 과거 노후 소득이 많이 필요하지 않거나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원하는 고객이 주였을 때는 상관이 없었는데, 현재는 예전보다 투자수익률에 대한 욕구가 많이 높아졌다”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실적배당형 투자 역량을 어떻게 제고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보험사가 고객에 대한 퇴직연금 상품 컨설팅 능력을 강화하면 다른 업권과의 경쟁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등 펀드나 유형을 계약자인 고객이 결정하는데, 장기적인 투자수익률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을지 전략과 방향 등을 알려주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객이 원하는 펀드 라인업을 보험사가 구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잘 고를 수 있도록 컨설팅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라면서 “다만 현재는 실적배당형이 다양하지 않은 것도 있고, 소비자가 시장 변동성에 따라 원리금보장형이나 실적배당형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상담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