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지주들은 은행과 증권 자회사를 중심으로 지역 건설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지역 경제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이들 금융지주에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최적의 투자처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금융지주 자회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IB토마토>는 지역 건설업계의 현주소와 함께 지방 금융지주들의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실태를 심층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JB금융그룹이 지역 건설 시장 침체로 건전성에 타격을 입었다. 광주와 전북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주택 시장도 회복 기미가 없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기간이 타 지역 대비 길어 건설사 자금 회수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지주 전체 건전성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JB금융지주(사진=JB금융)
건설경기 악화에 부실률 급등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광주시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기준) 공실률은 19.9%다. 전년 대비 3.9%p 높아졌다. 지난해 전국 평균 공실률이 오피스 기준 8.9%임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올랐다.
대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대구가 같은 기간 10.4%, 인천이 19.6%, 대전 12% 울산 15.4%, 부산은 18.1%다. 서울은 5.6%에 불과했다. 전북과 전남도 같은 기간 16.9%, 20.9%의 공실률을 보였다. 공실률은 업무용 빌딩에서 임대되지 않고 비어있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작게는 부동산 경기, 크게는 해당 지역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주택경기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광주 지역 매매가격 변동률은 –1.2%로 부산과 대구 대비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울산이나 대전 등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다.
PF사업기간도 전국 대비 3~4분기나 길어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북지역 본PF는 3분기, 브릿지론은 4분기 가량 사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분양 호수가 많은 지역 건설사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브릿지론이 길어질수록 사업성이 악화돼 본PF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이자비용도 늘어난다.
사업성 자체도 떨어진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광주와 전북지역의 건축허가 면적과 건설수주액은 전국에서 열위한 축에 속한다. 지난해 광주의 건축허가 면적은 180만㎡으로 8개 광역시 중 일곱 번째로 면적이 좁았다.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로 제주를 제외한 육지에서는 가장 면적이 좁았다. 착공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광주시에서 착공한 면적은 150만㎡, 전북 290만㎡ 등이다. 올 1월 광주에서 착공한 건은 없었으며, 전북지역도 10만㎡에 그쳤다.
대출 연체율 오르고 은행 건전성은 '뚝'
건설할 곳이 많지 않으니 기존 실행된 대출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JB금융 계열 은행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기업대출 업종별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과 건설업은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전북은행의 경우 부동산 및 임대 비중은 43.4%, 건설업은 5.3%를 차지했다. 광주은행도 전체 중 부동산 및 임대업에 39.7%, 건설업 7.3%의 잔액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출 잔액에서도 연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북은행의 부동산 및 임대업 연체율은 0.9%, 건설업 연체율은 1.4%에 달했다. 3개월 만에 각각 0.4%p, 1.1%p 올랐다.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부동산 및 임대업의 연체율은 0.6%, 건설업은 1.1%로 직전분기 대비 각각 0.5%p, 0.6%p 상승했다.
거액 무수익여신 비중도 크다. 전북은행에서 전년 대비 무수익 여신잔액이 10억원 이상 증가한 업체 16개 중 건설업이 두 곳, 부동산업이 다섯 곳이다. 단일 업종으로 가장 많았다. 증가 규모는 크게는 48억원에서 적게는 14억원에 달했다.
광주은행도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 업체 14곳 중 건설업이 네 곳, 부동산 개발업이 세 곳, 부동산 관리업이 한 곳 등 대부분의 부실이 건설 부동산 관련 업종에서 발생했다. 증가액도 50억원에서 10억원까지 다양했는데, 증가 사유가 죄다 부도 발생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다.
대규모 무수익여신 발생과 업종 연체율 상승은 은행 전체 연체율과 지주 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전북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5%로 이 중 기업이 0.92%에 달했다.광주은행도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3%, 기업은 0.62%에 달했다. 특히 전북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방은행 중 최고 수준으로, 건전성이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72% 경남은행이 0.45%, 아이엠뱅크는 0.73%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지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1%에 달했다.
J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여신과 가계신용은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특히 가계 신용대출은 한도 감액 등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