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대선조선 순이익 발생…워크아웃에 지분법이익 미반영순이익 전환에도 불안한 재무 상태에 안심할 수 없는 구조워크아웃 정상화 위한 새 먹거리 창출 '과제'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부산 지역 철강업체 동일스틸럭스(구
동일철강(023790))가 지난해 관계사 대선조선의 워크아웃 여파로 지분법손익 개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조선은 2022년과 2023년 연속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해 소폭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동일스틸럭스의 관계사에서 단순 지분투자 주식으로 분류되면서 실적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향후 대선조선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 동일스틸럭스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대선조선이 지난해 소폭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불안정하고 신규 수주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동일스틸럭스)
지분법손익 반영 끊자 관계사 순이익 전환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스틸럭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223억원 순손실)와 비교했을 때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줄었다. 순손실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지분법이익이 있다. 동일스틸럭스는 2023년 135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했지만, 지난해는 지분법 이익이 145만원 발생했다.
지분법손실이 줄어든 배경에는 대선조선이 있다. 동일스틸럭스는 대선조선 지분 4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2023년 10월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되자 동일스틸럭스는 경영에 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에 동일스틸럭스는 지난해 대선조선을 지분법손익 계산에서 제외했다. 보통 관계사 등의 경영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보유한 관계사 지분은 단순 투자 주식으로 분류된다.
다만, 대선조선의 실적을 지분법손익에서 제외하면서 동일스틸럭스는 지분법손실을 더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대선조선이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보통 지분법손익에는 관계사 등의 순손익이 지분 비율대로 반영된다. 동일스틸럭스의 순이익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한 워크아웃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1년만 더 기다렸다면 순손실을 더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지난 2023년 대선조선의 순손실은 직전 4년 사이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 2023년 대선조선의 당기순손실은 1670억원에 달했다. 자산총계(5465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대규모 순손실이다. 동일스틸럭스가 자신의 지분법손실에 반영한 대선조선의 순손실 금액은 128억원이다. 2023년 전체 지분법손실(135억원)의 대부분이 대선조선의 손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울러 대선조선의 워크아웃은 동일스틸럭스에 자산 감소 등 여러 후폭풍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금융자산 평가액 축소가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동일스틸럭스가 보유한 주식 등 공정가치금융자산의 장부금액은 45억원으로 직전연도(87억원)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대선조선 지분의 장부가액이 0원으로 평가되며 금융 자산 감소가 큰 폭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은 재무적 어려움이 발생한 기업으로 판단되어 주식의 공정가치(현재 시장 가격)가 대폭 하락하거나 실질적 가치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재무 불안에 끊긴 수주…정상화 '관건'
지난해 말 기준 동일스틸럭스는 여전히 대선조선 지분 45.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해당 지분은 대선조선의 채무보증을 위해 주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채권단이 대선조선에 공급한 경영 정상화 자금의 지급 보증을 위한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 7일 대선조선에 100억원의 추가 경영정상화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선조선이 워크아웃 이래로 채권단으로부터 공급받은 정상화 자금은 총 1800억원에 달한다. 향후 대선조선이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 워크아웃을 졸업할 경우 동일스틸럭스는 다시 대선조선 지분을 지분법 손익 계산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선조선의 지분가치가 0원이 됐기 때문에 우선 지분가치 하락으로 발생한 손실부터 회복된 다음 지분법 손익이 반영된다. 이에 대선조선의 정상화가 동일스틸럭스의 실적뿐 아니라 자산 가치의 관건이 된다.
대선조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2023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지속적으로 선박 가격이 강세를 보여 올해도 준수한 매출이 기대된다. 또한 지난해는 워크아웃에 따라 채무면제 이익이 발생하며 기타영업외수익이 크게 늘어 당기순이익도 발생했다.
다만, 대선조선이 워크아웃 상태인 까닭에 신규 수주가 제한되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대선조선의 선박 수주 잔고는 6척으로 2023년 말(15척)에서 줄었다. 성장 사이클이 돌아온 조선산업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신규 수주 활동을 제약받고 있는 점은 큰 타격이다.
신규 수주가 막힌 원인은 불안한 재무 상태 때문이다. 보통 조선소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 RG(지급보증)를 확보해 수주 활동에 나선다. RG는 조선소가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고 파산할 경우 금융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는 보증상품이다.
또한 지난해 대선조선의 외부회계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대선조선의 부채비율은 1만5883%에 달한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부채비율이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1만5000%를 넘는 등 한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대선조선은 워크아웃 하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 중이다. 조선 기자재 사업 등 조선산업의 성장과 사이클을 함께 할 수 있는 부가 사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조선의 연고지인 부산에서는 시 차원의 조선 기자재 산업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대선조선의 사업 다각화 효과는 곧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조선은 현재 기자재 사업 등으로 매출 다각화를 진행 중이며, 기자재 수주에도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