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백신연구소, 리픽싱 빠진 CB 200억…풋옵션 리스크 '부상'
리픽싱 조항 없이 발행한 제4회·5회차 CB 풋옵션 시기 도래
최근 호재성 공시에도 주가 반등 기미 없어…전환가 대비 주가 낮아
보유 현금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적자 지속에 R&D 비용 부담 과제
공개 2025-04-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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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차백신연구소(261780)가 지난 2023년과 2024년 발행한 제4회(100억원), 제5회(100억원) 전환사채(CB)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CB는 발행 당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 리픽싱(주가 하락시 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달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풋옵션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대상포진 백신 임상 1상과 관련해 긍정적인 내용을 공시했음에도 최근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고 있어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유 현금으로 CB 풋옵션 대응은 가능하겠지만, 최근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차바이오컴플렉스 (사진=차바이오그룹)
 
리픽싱 없는 CB, 주가 부진에 풋옵션 부담 쑥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백신연구소는 지난 18일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CVI-VZV-001'의 모든 용량군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국내 제1상 임상시험 탑라인 데이터를 수령했으며, 올해 3분기 내로 최종 임상 결과보고서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회사는 올해 임상 2상, 2027년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상과 2상 결과를 기반으로 라이선스아웃(L/O)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진 조금 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대감이 즉각적으로 주가에 반영되진 않은 모양새다. 지난 2021년 10월 상장한 차백신연구소의 주가는 한때 최고가 1만490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3000원대 미만을 기록했으며, 이후 큰 반등을 보이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이날 차백신연구소 종가는 전날과 동일한 2895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주가 부진에 지난 2023년과 2024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등 운영비용 마련 목적으로 발행한 각각 100억원 규모의 4회차, 5회차 전환사채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들 CB에는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전환권의 행사가격을 하향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리픽싱 조항이 없어 풋옵션 우려를 더하고 있다.
 
CB 발행시 리픽싱 조항을 넣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과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실제로 리픽싱 조항의 부재는 당시 시장에서 차백신연구소의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 전환 차익 실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상황에서는 독이 됐다. 4회차 CB의 전환가액은 5470원, 5회차는 4622원이다.
 
2028년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4회차 CB의 최초 조기상환청구 가능 시점은 오는 9월 18일부터이며, 2029년 9월 만기가 도래하는 5회차의 경우 내년 7월부터 청구가 가능하다. 이 기간 안에 전환가액을 상회하는 수준의 주가 회복이나, 이를 기대하게 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 창출이 없다면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전환권 행사가 아닌 3%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 받는 풋옵션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
 
 
풋옵션 대응에 현금성 자산 소진 시 추가 자금조달 우려도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차백신연구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총 총 327억원으로 당장 풋옵션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백신연구소가 매출 규모를 한참 웃도는 연구개발비 등으로 수년째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연구개발비 등 비용이 매년 증가하면서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19년 29억원을 기록한 영업적자는 지난해 77억원까지 급증한 상태다. 최근 연간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2년 56억원, 2023년 60억원, 2024년 69억원으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으며, 연도별 매출의 2000%가량에 달한다.
 
회사의 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대상포진 백신 CVI-VZV-001의 2상 임상시험과 B형 간염 예방백신 CVI-HBV-002의 2상 임상 진행이 예상되는 만큼 연구개발비 투입은 지속될 예정이다. 차백신연구소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수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어, CB 풋옵션 대응에 보유 현금성 자산을 소진할 경우 추가적인 외부자금조달도 불가피해 보인다.
 
안정성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4회차 CB의 유동성 분류로 인해 전체 유동부채는 8억원에서 96억원으로 1086.57% 증가했고, 5회차 CB 발행의 영향으로 비유동부채는 89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1.47%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부채총계가 101.25% 늘면서 부채비율은 전년도 27.39%에서 70.43%로 증가했고, 유동부채가 늘면서 유동비율은 전기 5243.97%에서 463.83%까지 줄었다.
 
<IB토마토>는 풋옵션 행사 우려와 악화된 유동비율 및 부채비율에 대한 입장을 차백신연구소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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