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풀무원샘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시설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공장 증설을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풀무원 측은 확정된 사항이 아니며 금융 상황을 고려한 자금조달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사진=풀무원샘물)
당기순이익 감소세에도 재무건전성 '안정적'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최근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인 풀무원샘물에 대해 약 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추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는 종류주 33만8696주, 주당 액면가액은 1만원이다.
풀무원샘물은 2003년 10월1일 설립돼 음료의 제조와 판매업 등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19년 882억원, 2020년 887억원, 2021년 820억원, 2022년 896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기준 1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50억원 대비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019년 74억원, 2020년 83억원, 2021년 43억원, 2022년 15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당기순이익 감소는 매출원가의 증가로 인해 전체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금융수익과 기타수익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매출원가 가운데 물류비용이 2021년 177억원에서 지난해 193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역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396.7%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2019년 183.5%, 2020년 93.7%, 2021년 82.3%로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88.5%로 직전연도 대비 6.2%포인트 가량 증가했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2018년 50.2%에 달하던 차입금의존도 역시 2019년 28.6%로 축소된 이후 2020년 9.6%, 2021년 10%, 2022년 5.6%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 역시 모두 상환하면서 장기차입금만 23억원 보유한 상황이다. 해당 차입금 이자율은 6.01%로 높은 수준이나 여전히 이자보상배율은 7.3배를 기록하며 이자상환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억2874만원에 불과하고 유동비율 역시 63.7%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일랜드PE 대표인 투자회사에 33만주 배정
재무상태가 다소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면서 풀무원샘물의 자금 활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풀무원샘물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대상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글로벌이에스지혁신성장사모투자합자회사'다. 회사의 대표자는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하일랜드PE)다.
하일랜드PE는 지난 2016년 신동철, 최협규 대표가 설립한 독립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지난 2021년에는 자회사 하일랜드 F&B를 설립해 식음료 및 소비재 산업 분야에서 기업경영 컨설팅과 인수합병(M&A)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풀무원과 함께 13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등 F&B 시장에서 투자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 펀드로 지난해 풀무원의 미국 식품생산·판매법인 풀무원푸즈USA에 4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 8월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풀무원에 전환사채(CB)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풀무원샘물은 글로벌이에스지혁신성장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하일랜드PE에게 주식 33만8696주를 배정한다. 신주발행가액은 11만8100원이다. 이를 통해 하일랜드PE는 유상증자 후 풀무원샘물의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와 신주를 합한 총 주식수 101만6572주 가운데 지분 33.32%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풀무원샘물은 풀무원이 지분 70%(47만4513주), 네슬레워터S.A.S(Nestle Waters S.A.S.)가 지분 30%(20만3363주)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풀무원샘물 합작사로 국내 진출한지 16년만에 네슬레워터가 지분을 전량 매각 계획을 밝히며 철수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풀무원은 기존 대주주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하일랜드PE를 통해 자금을 확충하는 모습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내년도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 진행된 유상증자로 경영상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시설자금 목적으로 정해져 있으나 용도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