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창, 자회사 구리 헤지 '몰빵'…파생손실 경고등
자회사 '태우' 구리 선물 과도한 매도 헤지 계약 체결
가격 상승 시 손실 확대…금융자본 유입에 가격 사상 최고
리스크 분산 차원 매수-매도 적절히 배분 필요 목소리
공개 2025-12-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4일 16:4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구리봉 제조사 대창(012800)의 최대 자회사 태우가 업계 평균 대비 과도한 원자재 매도 헤지 계약을 체결해 향후 파생상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리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한쪽에 쏠린 원자재 헤지 계약은 헤지 효과도 불확실뿐더러 ’모 아니면 도’식 손익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 구리 가격 추이를 봤을 때 과도한 매도 포지션 계약은 원가 리스크 경감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 구리는 최근 몇년 사이 국제 금융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투기상품화된 모습이다. 향후 구리 가격의 변동성은 지속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보다 균형 있는 헤지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업계 헤지 전략 균형 중심…매도에 치우친 헤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우는 지난 7월 LME(런던금속거래소) 구리 선물에 대해 매수와 매도 계약을 각각 875톤, 5900톤씩 체결했다. 매수 계약의 만기는 이번 달 3일부터 오는 24일까지이며, 매도 계약의 만기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번 달 24일까지다.
 
구리의 가격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에 구리를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는 구매·판매 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 선물 계약을 체결한다. 대표적인 원자재 헤지 수단이 LME 선물 계약이다. 계약 가격보다 구리 가격이 더 높다면 매수 계약이 유리하고, 가격이 낮다면 매도 계약이 유리하다.
 
원자재 선물 헤지 계약은 실물 구리 구매 시 발생하는 손익 효과와 구리 가격 변동에 따른 계약 손익이 맞아떨어질 때 가장 이상적이다. 가령 1톤 당 1만 달러에 실물 구리 1톤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추후 대금 지급 시점에서 구리 가격이 8000 달러로 하락한다면 선물 계약 업체는 2000 달러의 손해 효과를 보게 된다.
 
반대로 1만 달러에 매도 계약을 체결해 놓는다면 계약 대상 구리를 1만톤에 팔 수 있기 때문에 2천 달러의 이익을 얻는다. 실물 구리 판매에 따른 이익과 파생상품 손익이 서로 상쇄되며 리스크를 제거해 준다. LME 헤지 계약은 만기 시 거래소에 실물 구리를 인도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만기 직전 종료나 갱신을 통해 실물 인도 의무를 피하고 리스크 감소 수단으로만 쓸 수 있다. 반대 계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구리 가격은 변동성이 커진 까닭에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업체들은 선물 계약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이익을 만회할 수 있도록 매수-매도 계약 규모를 균형적으로 배분한다. 구리를 다루는 국내 상장 비철금속사의 LME 헤지 계약은 대부분 균형적인 모습이다. 국내 비철업체의 올해 3분기 진행 중인 선물 매수-매도 계약 비중은 1대 1.1 내지 1대 1.7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태우는 매수 대비 매도 계약 비중이 업계 대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태우의 LME 매수 대비 매도 선물 계약 물량 비중은 1대 6.7에 달했다.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과거 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 대비 3배 이상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약 포지션이 한쪽에 과도하게 쏠릴 경우 구리 가격 급변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격 변동성에 따른 마진콜(계약 증거금이 거래를 유지할 수 없을 때 추가 증거금 납입 혹은 계약 청산)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태수의 파생상품 거래손익은 대창의 연결기준 금융손익 혹은 기타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태우의 매출 규모(올해 3분기 기준 6537억원)은 대창(별도기준 4082억원)을 능가해 연결기준 재무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올해처럼 구리 가격이 극단적으로 널뛰는 시기 한쪽에 포지션을 과도하게 둘 경우 손실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며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태우는 LME 매수 계약 400톤, 매도 계약 5751톤을 헤지로 활용했다. 이 시기 국제 구리 가격은 1톤당 8300 달러에서 1만톤으로 직진했다. 매수 계약이 유리한 시장 상황이었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기준 연간 파생상품 거래손실(계약 종료 후 정산을 거친 최종 값)은 141억원으로 직전연도(51억원 손실)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아울러 올해 3분기 대창의 연결기준 파생상품 평가순손실(계약 진행 중 시점별로 측정한 손익값)은 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5억원 손실) 대비 크게 불어났다. 이는 현재 구리 가격과 헤지 포지션이 반대로 가며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균형을 벗어난 헤지 계약 비중은 위험회피라는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수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금융자본 유입 후 구리 가격 변동성 극심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금융자본이 구리 거래 시장에 진입하면서 구리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게다가 앞으로 구리 가격의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구리 시장에도 흘러 들어왔으며, AI(인공지능) 붐과 부족한 공급 등에 힘입어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리 가격의 결정 주도권이 수요와 공급에서 자금 수급으로 전환되고 있다.
 
ETF 등 투자 상품이 구리 가격 변동성 확대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도 많은 자금이 구리 시장에 들어왔다. 대표적 구리 ETF인 미국의 CPER의 총자산은 3억2690만달러에 달하며, 올해 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ETF 중 하나로 꼽힌 바 있다.
 
특히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구리가 투기상품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관세 우려로 올해 상반기 미국 구리 거래 가격이 영국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미국 선물 거래소에서 구리 상품을 사서 영국에다 내다 파는 차익 거래도 활발했다. 거래 활성화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동에 대해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고, 지난 7월 구리 가격은 하루 만에 22%나 폭락했다. 폭락 이후 구리 가격은 하루 새 13%나 급등했으며, 12월 현재 1톤당 1만1000 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 가격을 달성했다. 금융자본 유입 후 국제 금리, 정부 정책 등도 구리 가격에 관여하게 된 점도 가격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상반기 국가 간 구리 선물 계약 확대 및 금리 등 변수가 많아진 탓에 예측가능성이 크게 옅어진 점도 헤지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구리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헤지 리스크를 분산하는 게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 등에 따르면 내년도 국제 구리 가격은 1톤당 1만3000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도 구리 가격의 강세와 변동성 확대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가격 하락에 무게를 둔 자회사의 헤지 전략이 지속될 경우 구리 가격 변동성에 따른 대창의 연결 기준 파생상품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진 까닭에 갈수록 헤지 전략 수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국내 비철업체들은 한쪽에 몰린 헤지 전략보다 보수적인 헤지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대창 측은 <IB토마토>에 "자사는 구리 스크랩 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LME 헤지 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는다. 전기동을 주로 활용하는 자회사에서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헤지 전략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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