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광모식 '신상필벌'…TV사업 임원 '칼바람'
MS본부 임원 반년 새 31명서 20명 급감
매년 줄어드는 LG그룹 전체 승진 규모
올해는 첫 두 자릿수 98명 기록 눈길
공개 2025-11-28 16:19:47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8일 16: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G(003550)그룹이 연말 정기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LG전자(066570)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 회장은 성과를 낸 본부에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는 동시에 성과가 미흡한 조직에는 유임을 통한 재정비 기회를 다시 부여했다. 올해 실적 부진이 가장 컸던 TV사업 중심의 MS사업본부는 대규모 희망퇴직까지 진행 중에도 박형세 본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다만 담당 임원 수는 대폭 줄면서 조직 내 위기감은 오히려 강화된 모양새다.
 

(사진=LG)
 
28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수익성이 가장 악화된 MS사업본부는 박형세 본부장의 유임과 함께 나머지 세 본부장의 승진이 동시에 이뤄지며 사업본부 간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LG전자를 지난 4년 동안 이끌어 온 조주완 대표 뒤를 이어 생활가전 부문에서 실적을 이끌어낸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한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장과 에너지솔루션 기반 ES사업본부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광모 회장은 LG전자 내 4대 사업본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본부 간 기능을 통합하고 중복 조직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정비했다. 특히 MS사업본부장의 거취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으나 본부장 경질 대신 조직 축소를 선택한 점이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MS사업본부는 현재 당면한 문제가 단기 손익 악화보다 시장 구조적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본부장 유임이 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TV 시장은 수년째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패널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수익 모델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이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에 저가 공세를 공격적으로 펼치는 중국 업체들과 물리적 경쟁에 밀리면서 기존 사업모델만으로는 수익성 회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가 본부장 교체보다 일관성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환 전략의 중심을 흔들기보다 최소한의 조직으로 기동성을 확보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판단이 자리한 모양새다.
 
동시에 MS사업본부 임원진 규모는 크게 줄고 있다. 올해 초 31명 수준이던 본부 임원 수는 반년 사이 20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LG전자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LG전자 측은 <IB토마토>에 “각 사업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중장기 사업 전략 추진에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며 “MS사업본부는 글로벌 시장 변수에 대응하면서 일관성있게 사업 추진력을 갖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G전자의 이번 인사는 누가 승진했는지를 넘어 각 사업의 성장 전략이 어떻게 재배치됐는지를 보여준다”라며 “MS사업본부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의 정체와 플랫폼 전환이라는 과제를 모두 안고 있어 교체보다 안정된 리더십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행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BC 중심 미래인재 전면 배치…세대 전환 가속화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의 올해 승진자는 총 98명으로 집계됐다. 그룹의 승진 규모는 2021년 177명, 2022년 179명, 2023년 160명 , 2024년 139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안정 속 혁신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글로벌 경쟁 심화와 계열사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자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전략적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는 과감한 인재 등용이 이뤄졌다. 이번 신규 임원 중 ABC 및 연구개발(R&D) 비율은 21%에 달한다. 특히 올해 최연소 임원을 단 조헌혁(1986년생) 상무를 포함해 임우형 전무(1978년생), 김태훈 부사장(1975년생), 전무(임우형·1978년생), 부사장(김태훈·1975년생) 승진자가 모두 AI 분야 전문가로 기술 분야에서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LG그룹 측은 “제품과 미래 기술 경쟁이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BC 분야를 포함한 R&D 인재를 전략적으로 중용하고 있다”면서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전문 역량과 미래 성장 가능성 중심의 성과주의 인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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