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공모가 '반 토막'…투자도 회수도 '난항'
축산물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 공모가 대비 40% 이상 하락
열풍 끝난 플랫폼 기업 투자, VC 투자 줄고 엑시트도 어려워
공개 2025-0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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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 때 벤처캐피털(VC)의 주목을 받던 플랫폼 기업이 외면을 받고 있다. 주가 부진으로 신규 투자는 물론이고 투자회수(엑시트)에도 먹구름이 꼈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워 기업공개(IPO) 실패 위험이 있고,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이 낮아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면받는 플랫폼 기업, 주가 '반토막'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트박스는 6일 1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66% 상승했지만 공모가 1만9000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미트박스는 상장일인 1월23일 공모가 대비 25.26%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상장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를 기존 2만3000원~2만8500원에서 1만9000원~2만3000원으로 낮췄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미트박스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미트박스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축산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다. 상호와 같은 축산물 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다. 이용률이 높아 작년 6월까지 2개월 연속 재구매율이 8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802억원을 기록하는 등 2021년 320억원 이래 지속 성장해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2년 9억원으로 흑자 전환 이후  2023년 26억원, 2024년 3분기까지 22억원 이익을 냈다.
 
미트박스의 뒤를 이어 보험서비스 중개 플랫폼 기업 아이지넷도 코스닥 상장 이후 고전 중이다. 아이지넷은 지난 4일 상장 당일 공모가인 7000원 대비 37.79% 내린 4355원에 거래를 마쳤고 6일 종가 기준 4280원에 머물렀다. 
 
아이지넷은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고객에게 최적 보험을 소개하고 입점 보험대리점(GA)이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면 매출액의 15%~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아이지넷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중 '사업모델 트랙'을 통해 IPO를 진행했다. 이 제도는 상장주선 증권사가 사업모델을 평가해 추천하는 방식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추천과 한국평가데이터, 이크레더블 등 두 곳의 평가를 받아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부터 계속된 주가 부진으로 상장을 주선한 한국투자증권에도 불똥이 튀게 생겼다. 사업모델 트랙 조항에 따라 상장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부진할 경우 청약자가 공모가격의 90%로 주식을 한국투자증권에 되팔 수 있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저조한 수익률에 '외면'
 
올해 초 IPO가 진행된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부진으로 상장 전 투자를 진행한 VC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극초기 투자로 차익을 실현한 VC와 달리 오랜 기간 투자해온 VC는 공을 들인 시간과 자본 대비 수익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트박스의 상장 이후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인 투자사는 알토스벤처스로 9.91%다. 뒤를 이어 SBVA가 알파글로벌스타펀드를 통해 7.57%, 스톤브릿지벤처스가 4.81%, IMM인베스트가 2.97%를 갖고 있다. 
 
알토스벤처스의 경우 지난 2017년 스톤브릿지벤처스와 함께 8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지분 격차를 고려하면 4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SBVA는 2016년 3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17년 후속 투자까지 진행해 한 때 지분 18.2%로 2대 주주까지 올랐다. 지난해 보유 지분의 절반을 매각해 113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7%가 넘는 보유 지분 매각은 과제다. SBVA로부터 해당 지분을 매수한 프로테라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와 어센도벤처스는 좀처럼 엑시트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아이지넷도 시리즈C까지 누적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2018년 브릿지 라운드에서 하우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의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B에서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BI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등 대형 VC가 다수 참여했다. 이어 2022년에도 102억원 규모로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이에 증권신고서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사는 더벤처스와 우리기술투자, 인터베스트, SBI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다. 하지만 투자사의 지분율 총 62%에서 약 44% 물량에 의무보호예수(락업)가 설정돼 있어 약 18%의 지분만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투자 부담만 늘어나 제도 보완 '필요'
 
플랫폼 기업은 지난 2021년이 절정기로 평가된다. 당시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각국 금융당국에서 풀린 유동성은 IT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들로 향했다.
 
이커머스 쇼핑 기업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해 첫날 4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두나무(업비트)와 같은 핀테크 업체 상장 준비, 무신사·야놀자 등 온라인 서비스 기업의 매각이 이뤄지면서 시장은 장밋빛 전망에 취해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위험 투자 회피 심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들은 대규모 마케팅 비용과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라 수익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커머스·푸드테크 기업들은 매출은 증가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컬리(마켓컬리)의 경우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는 빠르게 성장하며 기업가치를 높게 받았으나 시장 포화로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경쟁 심화로 인해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추가 투자 부담도 커지면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 신규 투자액은 2021년 15조9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2조4000억원, 2023년엔 10조9000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4년 3분기 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해 감소세는 멈췄지만, 유니콘 기업은 두나무나 컬리와 같은 플랫폼에서 리벨리온과 같은 제조 역량 기반 산업체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스타트업은 투자회수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이를 기다릴 만한 자본이 국내엔 부족하다”라며 “이에 민간 투자자를 중심으로 여러 투자자가 미국처럼 10년에서 1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모펀드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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