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MBK파트너스가 여론의 뭇매에도 대규모 현금 배당을 실시해 논란을 낳고 있다. 차입매수(LBO)로 인수한 기업들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 리캡'(dividend recapitalization)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며 재무건전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규제당국이 언제 칼을 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MBK의 행보가 사모펀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적자에도 고배당 실시…'배당 리캡' 후유증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 등은 MBK의 인수 이후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고배당을 강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총 1001억원의 현금배당을 집행했으며, MBK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SPC)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이 가운데 892억원을 수령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83.6%를 보유 중이다. 이번 배당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535억원)의 약 2배, 배당성향은 189.9%에 달한다.
메디트의 경우 2년 연속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 899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배당금은 메디트의 지분 99.46%를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로 유입되었다.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는 MBK가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SPC다.
통상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 기업은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하고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벌어들인 돈보다 배당으로 인한 지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한국거래소가 12월 결산 법인의 현금배당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배당성향은 34.74%, 코스닥은 34.4%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밸류업 기업 100개사의 배당성향도 40.95% 정도다.
업계에선 이번 배당에 대해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배당으로 투자금을 빼내는 ‘배당 리캡’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당 리캡은 주로 사모펀드들이 부채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을 실시하는 것으로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기업에 채무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에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주주들에겐 당장 이익이지만, 단기적일뿐더러 무엇보다 기업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배당 리캡은 통상 지분 매각이나 상장을 통한 일반적인 출구 전략 외 대안이라는 점에서 엑시트 전략 중 하나로 해석되지만,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 만약 배당 리캡으로 해당 기업이 신용등급 강등이나 파산할 경우 홈플러스 사태와 겹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자본잠식에 직면한 상태에서 대주주가 수백억원의 배당을 수령했다가 배임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은 불법대출·분식회계 외에도 11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재판부는 이를 '위법 배당'이라며 유죄를 확정했다.
"EU처럼 사모펀드 인수 후 2년간 배당 금지될 수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고배당 정책이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인수 원년인 2023년 1599억원과 비교해 66.5%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엔 68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연간 수익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부채비율은 278.70%로 인수 직전 연도인 2022년 말 278.52%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지만,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이 23.29%에서 40.26%로 뛰었다.
다만 수익성 악화에도 MBK가 배당 리캡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쌓은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말 기준 510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고배당에 따라 이익잉여금은 5107억원에서 4176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배당 여력이 있어 앞으로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MBK가 오스템임플란트를 2023년 인수했을 당시 자기자금 4250억원 외에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차입한 것을 고려하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것 외에도 홈플러스처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디트의 경우 상황은 오스템임플란트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메디트는 MBK 인수 직전 연도인 2022년까지 3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인수 이후 2023년 매출은 반토막나고 순손익은 2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도 2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는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약 900억원의 배당으로 이익잉여금이 2202억원에서 1073억원으로 급감, 배당 여력도 떨어진 상황이다.
MBK는 메디트를 2조4250억원에 인수했을 당시에도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9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당시 7% 수준으로 알려진 연이자만 해도 약 630억원으로, 현재 적자 구조에선 투자금 회수는 물론이고 기업 건전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인수 기업의 기초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시한 고배당 정책이 향후 자산 매각과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경우, MBK는 또 한 번 여론의 포화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MBK로 인해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규제당국이 EU와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차례 논의된 바 있는 LBO 40% 규제 외에도 사모펀드의 비상장기업 인수 시 EU처럼 2년간 배당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