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승부수…사업 재편 통해 미래 기술에 '집중투자'
연간 영업이익률 40%…복제약 넘어 신약 개발 본격화
인적 분할로 미래성장동력 확보…대형 M&A 기대감 커져
공개 2025-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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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떼어내면서 본격적인 바이오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연구개발(R&D)·바이오시밀러 사업 분리로 사업 집중도를 높이고, 새로 설립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신약·신사업을 전담해 R&D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당장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삼성에피스홀딩스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할 비율인 0.65대 0.35 비율로 주식을 받게 된다. 이는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며,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가 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그간 CDMO 사업에 종속돼 있던 신약·바이오시밀러 R&D 사업을 분리해 수평적인 법인을 새로 만들어 신약 개발 부문을 더욱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통상 CDMO 사업과 신약 개발을 병행할 경우, 정보 유출 문제로 고객사들의 불만을 사게 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주요 CDMO 기업 가운데 신약개발 회사를 자회사로 둔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연간 영업이익률 40%복제약 넘어 신약 개발 본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서 잇달아 대형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5조원이 넘는 신규 계약을 따냈으며, 특히 글로벌 제약사 상위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연간 5조원 수주를 돌파한 데 이어 올 1월엔 유럽 소재 제약사와 창사 이래 단일 계약 최대 규모인 2조747억원의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오 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은 별도기준 매출액 3조4971억원, 영업이익은 1조32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7.79%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률은 11.95%(2022년), -6.77%(2023년), 5.9%(2024년)이며, 삼성물산(000830)은 3.56%(2022년), 4.05%(2023년), 4.13%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이후 13년간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해왔으나, 앞으로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전자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을 통해 신규 R&D 자회사를 두고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과 선행 연구개발 조직 개편도 단행함으로써 임상·인허가 역량 강화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준공 중인 18만L 규모의 5공장을 올해부터 가동할 계획이며,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이를 통해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ADC 완제의약품(DP)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생산능력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사업 확장 전망…대형 M&A 기대감 커져
 
이번 분할로 관련 업계에선 향후 글로벌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미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지난해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하는 등 유망 기술기업 발굴에 나섰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AI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디자인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모델 성능 고도화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 축적 역량도 구축하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으로 약 24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벤처투자 펀드로 삼성벤처투자가 조합을 결성해 운용 중이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외에도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떠오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재규어진테라피와 라투스바이오‘, 차세대 ADC 개발사 ’아라리스바이오테크‘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 기업인 ’에임드바이오‘, ’센다바이오사이언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등에 대해 투자하며 새로운 혁신 동력을 확보 중이다.
 
다만 운용자산(AUM) 규모가 글로벌 바이오 벤처투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고, 간접적인 지분 확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협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경우 운용 중인 ’J&J이노베이션‘ 펀드의 AUM 규모는 약 10억달러(1.4조원)며, 사노피가 운용하는 ’사노피벤처스‘는 약 7.5억달러(1조원)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수한 사례만 보더라도 J&J는 지난달 ‘인트라-셀룰러 테라퓨틱스’를 약 146억달러(21조원)에 사들였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퓨전 파마슈티컬스’를 약 24억 달러(3.3조원)에 인수하는 등 바이오 분야의 M&A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정리한 삼성이 인수·합병이나 자체 구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앞으로는 간접적인 지분투자 형태가 아닌 직접 인수를 통해 ADC, AAV 뿐만 아니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사업 진출도 염두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 인수를 추진할 경우 당장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삼성에피스홀딩스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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