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제도는 국내 증권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13년 도입됐다. 이후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조달과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 쏠림과 업계 내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제 종투사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증권사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종투사 제도의 현재와 그 파급효과, 그리고 증권업계의 대응 전략과 향후 시장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 증권사 대형화 정책의 핵심은 종합투자계좌(IMA)다. IMA계좌란 고객 예탁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부문에서 운용,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이는 사실상 증권사에 은행처럼 수신업을 허용하는 것이란 평가다. 현재 인가 기준인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37620) 두 곳뿐이다. 하지만 IMA계좌 도입 후 기존 은행권이 쥐고 있던 금융 주도권이 증권사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투, IMA 진출 공식화…신규 재원 확보 나서
28일 금융감독우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071050)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와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한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5%를 달성하고 자기자본 규모를 15조원 이상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신규 서비스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수수료 수익이 성장성에 한계를 맞고 있는 만큼 자산운용 수익률을 개선하고 해외 자산투자와 보험사 인수 등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시에선 IMA 인가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가 연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MA계좌 진출 의지를 밝혔지만 그룹사 차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도입한 발행어음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지난 2017년 국내 증권업계 처음으로 초대형IB 인가와 당시로서는 유일하게 어음 발행이 허용됐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발행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별도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단기 수단이다. 이에 따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한도는 지난해 말 기준 18조6000억원 수준인 한편 발행어음 잔액은 17조3192억원으로 한도 93.1%에 달한다.
이에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지난 3월 7000억원 규모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사업 확대는 물론 국내외 리스크를 방어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현재 IMA계좌 허가가 간절한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올 3분기 인가 목표 준비 중
한국투자증권과 더불어 현재 IMA계좌 1호 증권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9조9125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신종투자증권 발행 이전까지 자기자본 규모 1위였다.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이 IMA계좌 인가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퇴직연금 사업 확대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퇴직연금 시장을 주요 사업으로 삼아 1분기 약 717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6%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적립금도 1조3278억원 증가하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아직은 금융당국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MA계좌 판매 가이드라인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 판매라는 점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미래에셋증권의 시장 선점이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아직까지는 한국투자증권처럼 그룹 차원의 진출 의지는 밝히고 있지 않았다. 다만 3분기 내 인가를 위한 준비 작업에는 돌입했다. 현재 자산관리(WM) 부문과의 협업을 통한 상품 개발이나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에셋의 정체성은 운용에 있기 때문에 IMA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준비 중인 것은 맞다”라며 “다만 아직 사업전략 측면에선 규제안이 명확히 나와있지 않은 상태로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IMA 운영안 '안갯속'…당국 결정 '예의주시'
금융당국이 IMA계좌 증권사 인가 시기를 오는 3분기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운영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행 발행어음업 관련해서 증권사의 조달 기능이 확대되고 은행권 수신 기능을 일부 가져오는 방향일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다만 시장에선 IMA계좌 도입 이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제도가 안착된다면 증권사가 그간 금융권의 맏형 노릇을 한 은행권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IMA계좌의 경우 투자 수익 배분뿐만 아니라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고수익을 조건으로 내건다면 은행권 수신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 자금 조달 구조에서도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1년 만기 상품으로 확보한 자금을 갖고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등 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고객 동의하에 투자하게 된다면 상품 설정 기간에 따른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해진다.
IMA계좌 도입에 업계에서도 발행어음 이후의 또 다른 도약이라는 데서 기대감이 높다. 운용 측면에서 은행보다 높은 우위를 지닌 증권업계인 만큼 금융 주도권도 노려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권사가 보다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IMA계좌 도입은 증권업계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IMA계좌 상품 도입 이후 상품 취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당국의 정책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