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한진칼 지분 18.46% 확보…조 회장과 2.33%포인트 차이 불과우기홍 부회장·장성현 부사장 등 내부 인사 핵심 역할 강화 등대한항공 1분기 매출 사상 최대 기록…경영권 공격 나설 명분 없어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최근 호반그룹이
한진칼(180640)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KCGI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단숨에 주요 주주로 부상한 이후, 꾸준한 지분 매입을 이어가며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은 과거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과의 갈등 때와는 달리 내부 인사들의 결속을 다지고 조직 안정화를 이끌며 한층 견고한 리더십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은 데다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조 회장의 리더십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진칼)
조원태 회장, 복심 인물 전면 배치로 리더십 결속력 강화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늘렸다는 공시를 시작으로 한진그룹의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문제가 시장 안팎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한진그룹 내부는 비교적 조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2019년 KCGI와의 경영권 분쟁과 달리 이번 사태에서는 안정적인 우호 지분을 바탕으로 조 회장의 견고한 방어막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델타항공(14.9%)과 한국산업은행(10.58%)이 핵심적인 백기사 역할을 자청하면서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을 조건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델타항공 역시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진그룹 경영권 안정성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와
GS(078930) 등 5% 미만의 지분율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도 조 회장 체제를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차입금과 사채를 모두 성공적으로 회수하고 현재는 한진그룹 투자에서 한진칼 지분 10.58%(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의 회수를 남겨두고 있다"면서 "유상증자분 5000억원의 경우 투자 합의서를 감안할 때 통합 항공사 출범이 예고된 2027년 이후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KCGI로부터 대규모 지분을 취득한 이후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매입해왔다. ㈜호반은 2회,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와 올해 총 82차례에 걸쳐 지분 매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가 2.33%포인트 밖에 나지 않아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우려가 촉발됐다. 호반그룹은 2015년 금호산업을 시작으로 동부건설, 보바스기념병원,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대우건설 등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만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난 기업이다. 이번 지분 매입이 단순한 투자 차원이라고 믿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호반그룹이 당장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조원태 회장을 둘러싼 오너 갑질 리스크와 실적 악화 등 악재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경영권 개입의 명분이 시장에서 통했으나, 현재로는 이렇다할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오히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을 위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호반그룹으로서는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호반그룹이 경영권 공격에 나설 명분과 기반이 취약하다"며 "현재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이 과반수를 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 회장은 내부 인사들의 핵심 역할 강화를 통해 조직 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과 장성현 대한항공 마케팅 및 IT 부문 부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우기홍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우 부회장은 여객사업본부장, 미주지역본부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이른바 조 회장의 ‘특별 선생님’으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우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 전담팀을 이끌며 복잡한 기업 결합 과정을 원활히 진행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한항공 출범 이래 최초로 전문경영인이 부회장과 대표이사직을 겸하는 파격적 인사로 꼽힌다.
또 다른 복심은 장성현 부사장이다. 그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보기 드문 외부 인재 출신이다. 지난 2017년 글로벌 IT기업 오라클에서 영입된 이후 대한항공의 IT시스템을 전면 클라우드화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기업이미지(CI)와 브랜드 정립 등 고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영역에서 조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등 입지를 넓히고 있다. 장 부사장은 입사 2년 만에 부사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조 회장의 강력한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과거 유학 시절부터 맺어온 친분 관계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한진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외부의 지분 매입에 대해 별도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실적과 경영권 면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고공행진과 아시아나 통합 순항으로 입지 공고화
한진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위기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화물 사업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도 조 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그동안 10조원 밑을 맴돌던 대한항공의 매출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4조961억원, 2023년 16조1118억원, 2024년 17조8707억원으로 매년 외형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 역시 2조원대를 오가면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올 1분기도 매출 3조955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여객 수요 회복과 화물 사업의 지속적 강세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경쟁사 대비 견고한 이익 구조를 유지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25조 8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 등 국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냈고 화물 부문 분리 매각 등 선제적 조치를 통해 통합 이후 빠른 시장 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진그룹이 통합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점은 조 회장의 경영 능력과 조직 결속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사례"라며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리더십 전략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실적이 결합하면서 조 회장이 호반그룹의 지분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