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건설 부진에 흔들린 실적…GS 영업이익 1분기 21% 감소CVC 중심으로 친환경·바이오·AI 등 신사업 핵심 돌파구 마련4개 CVC 수장 차기 후계자 거론되는 4세들…성과 여부에 업계 관심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허태수
GS(078930)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공들여온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 회장은 정유·에너지·건설 등 그룹의 전통 사업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친환경·바이오·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특히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중심에 두고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 4세들이 전면에 나서며 그룹의 차세대 경영자 자리를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차기 후계자의 경영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GS그룹의 다양한 CVC와 오너 4세들의 경쟁구도
23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지난 2020년 지주사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해외 투자법인 GS퓨처스, 2022년에 설립한 국내 지주사 CVC GS벤처스,
GS건설(006360) 산하의 엑스플로인베스트 그리고 지난해 설립된 GS인피니티까지 총 4개의 CVC를 보유하고 있다.
허태수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디지털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각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생성형 AI와 빅데이터를 업무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룹 차원의 AI·디지털 전환(DX)을 강조해왔다.
GS그룹의 공격적인 CVC 설립과 투자가 이뤄진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2020년 GS퓨처스를 시작으로, GS벤처스와 GS인피니티에 이르기까지 그룹 차원의 CVC 설립이 2년에 걸쳐 연이어 진행됐다. 이들 CVC는 국내외에 법인을 두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그룹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각 CVC의 수장들이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오너 4세들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GS퓨처스는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인 허태홍 대표가 맡아 실리콘밸리 내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북미 투자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S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에 특화된 조직으로, 바이오와 기후 변화 대응, 리테일 분야의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허준녕 GS 부사장이 출범 초기부터 3년간 대표직을 맡았으며 올해 지주사 미래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에는 미국 델라웨어에 GS인피니티가 새로 설립됐다. 기존의 GS퓨처스와 함께 북미 시장 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대표직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GS그룹 내 여러 CVC가 유사한 사업 영역에서 각기 다른 오너 4세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는 내부 시너지보다는 경쟁 구도를 강화시키는 양상이다. 허태수 회장 체제에서 GS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신사업 투자 성과와 더불어 오너 4세들의 리더십 검증이라는 이중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부 경쟁이 오히려 조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다만 GS그룹 측은 이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S그룹은 바이오, 신에너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성장을 찾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라며 “각 CVC의 투자 대상이 다르고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서로 간) 시너지 효과와 경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전통 사업…신사업 투자 성과로 보는 오너 4세들의 시험대
최근 GS그룹의 기존 주력 사업은 수익성 둔화로 흔들리고 있다. GS에너지와 GS칼텍스는 유가 변동성 확대와 친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고, GS건설은 성장 정체에 빠진 모습이다.
㈜GS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2388억원, 영업이익 8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영업이익은 21.3% 감소했다. 효자 자회사였던 GS칼텍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GS칼텍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1조1138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비 6.3% 줄었고, 영업이익은 72% 대폭 감소했다. GS에너지 역시 영업이익 6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증폭,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정제마진과 석유화학 스프레드가 악화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수익원인 GS건설 역시 같은 기간 매출 3조629억원 지난 동기(3조709억원)와 비교해 0.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4억원으로 신규 수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의 모태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자 허태수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에너지나 건설 같은 기존 사업이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와 협력을 통한 신사업에서 찾고자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허태수 회장이 매년 신년 임원 모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유나 에너지 관련 조언이 아니다. 내가 찾는 건 신사업”이라고 강조했다는 일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직접 AI, 바이오, 친환경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챙기며 그룹 전반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만 GS의 신사업 투자는 아직 구체적인 성과로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 초기 투자 단계인 시리즈A와 B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각 CVC가 오너 4세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투자 성과가 곧 차세대 경영자 역량에 대한 평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GS의 4세 경영은 ‘사촌 경영’이라는 특수한 구조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계열사 간 협력보다 내부 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너 일가 내부의 경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CVC 투자가 단순히 오너 4세들의 경영 훈련소 역할에 머물러선 곤란하다”며 “투자 성과를 재무적 성과로 연결시키고, 그룹의 주주 가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