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출 '고정이하여신'으로 건전성 분류 하향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 처리…자본 항목 반영향후 준비금 넘는 부실 발생 시 손실 반영 수치 커져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올해 1분기 자산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홈플러스 대출 건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두 요인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실채권을 ‘대손준비금’으로 처리하고 있어 조정손익도 마이너스(-)로 나온다. 이는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해야 할 부담을 자본으로 넘긴 것이다. 당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인데, 향후 손실 발생 시에는 현재 지표 이상으로 표출될 수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9.6%로 대폭 악화…홈플러스·PF 부실 여파
26일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무수익여신이자 부실채권) 잔액이 6710억원이다. 지난해 말 2251억원 대비 198.1%(4459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3%에서 9.6%로 무려 6.3%p 상승했다.
부실채권 구성은 구체적으로 ▲고정 6378억원 ▲회수의문 215억원 ▲추정손실 117억원 등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은 규모가 비슷한 반면 고정 부문이 크게 늘었다. 고정보다 한 단계 위로 건전한 ‘요주의’ 여신은 4468억원에서 3619억원으로 849억원 줄었다.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184억원이다. 고정이하여신이 대폭 늘어난 것과 달리 충당금은 지난해 1048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은 46.6%에서 17.6%까지 떨어졌다. 이는 충당금으로 부실채권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연체금액은 같은 기간 2591억원에서 6816억원으로 늘었으며 연체율은 3.8%에서 9.9%로 치솟았다.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액은 3855억원이며 해당 연체율은 5.6%로 2.2%p 상승했다.
1분기 건전성 저하 배경에는 특히 홈플러스 건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개시한 바 있는데, 메리츠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홈플러스 관련 부실채권은 2월 기준 2808억원 정도다. 홈플러스 부실 여파가 지속되면서 건전성 분류가 나빠진 탓이다.
부실채권 증가분인 4459억원 가운데 홈플러스 건(2808억원)과 요주의 여신 감소분(849억원, 고정으로 재분류됐다고 가정)을 고려해도 최소 802억원이 남는다. 이는 고정 여신이 새롭게 추가된 것인데 부동산 관련 대출 영향으로 보인다.
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와 부동산담보대출 규모가 총 2조6889억원으로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9%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로는 158.3%로 양적 부담이 큰 편이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1분기 고정이하여신 확대에는 홈플러스 영향이 있었다”라면서 “이 외에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까 연체된 것들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개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수와 매각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메리츠금융)
순이익 증가했지만 ‘조정 ROA’는 마이너스
1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361억원에 당기순이익 283억원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소폭 성장했다. 다만 ‘대손준비금’ 적립 예정액 935억원을 반영한 조정손익은 –652억원으로 마이너스다. 메리츠캐피탈은 경쟁사인 피어(Peer) 그룹 10개사 가운데 1분기 조정 총자산순이익(조정 ROA)이 마이너스가 나온 유일한 곳이다.
대손준비금은 금융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자체적으로 설정한 대손충당금이 금융당국 요구치보다 미흡할 경우 추가로 적립하는 금액이다. 손익에서 비용 처리하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대손준비금은 자본(이익잉여금) 계정에서 다룬다. 조정손익은 이러한 성격의 대손준비금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했을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지표다.
대손준비금 규모가 크게 잡힌 것은 홈플러스 대출 건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고 대손준비금으로 처리한 영향이다. 홈플러스 관련 담보가 있으니 굳이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메리츠캐피탈은 홈플러스 매장을 담보로 한 신탁 1종 수익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부실 문제가 커질 경우 해당 담보 처분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크레딧 관련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메리츠캐피탈의 대손준비금이 작년에는 PF 문제로 인한 영향이었다면 올해는 홈플러스가 요인”이라며 “정상적인 여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충당금 적립 이슈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건은 담보가 있는 만큼 회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라며 “담보 처분을 하면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부분에서 충당금과 적립금 차이가 더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손준비금을 대규모로 처리했다는 점은 결국 당기 손익계산서(손익)에서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을 재무제표(자본) 내부 깊숙이 반영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대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현재 지표 수준 이상의 수치로 훨씬 커 보이게 나타날 수 있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나중에 부실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쌓은 충당금이나 준비금보다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면 현재 지표보다 더 큰 수치로 나올 수 있다”라면서 “그전까지는 회수 시기 지연이 문제가 될 텐데, 홈플러스 담보를 고려해도 결국 좋지 않은 시그널인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