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법인 IPO 밸류에이션 25조원→15조원 조정 가능성 높아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성장…각각 전년 대비 7.5%·12.4% 증가인도 시장 중요성 강조하며 연내 상장 의지 확고한 상황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LG전자(066570)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대했던 기업가치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LG전자는 인도법인의 인도 뭄바이 증시 상장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다만,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인도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연내 상장 추진 의지는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2~3분기 중 수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LG)
글로벌 변동성에 발목 잡힌 상장 일정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수정 증권신고서 제출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 발표로 글로벌 증시에 일시적 충격이 확산되면서 기대했던 기업가치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아시아 주요 증시가 타격을 입었지만 인도의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은 비교적 선방한 편”이라며 “LG전자가 IPO 일정을 조정한 것은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소극적 투자 태도를 보이며 기대한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인도 증시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13일 인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비 승인을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자와 시장에서는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구주매출 방식이라는 점과 자회사 가치 재평가 필요성을 내세워 상장을 추진했으나, 최근 글로벌 시장 불안정성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당초 1조5000억루피(약 25조원)로 예상했던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가치가 현재 흐름대로라면 1조1500억루피(약 15조원)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회사 재무 상황이 매우 안정적이고 인도법인 사업성과 또한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무리하게 상장을 서두르기보다는 공정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과 주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인도법인 IPO는 100% 구주매출 방식으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 약 15%(1억182만주)를 시장에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예상 공모 규모는 약 1조9800억원 내외다. 구주매출 방식이므로 IPO로 조달되는 자금은 모두 LG전자 본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005380) 인도법인도 지난해 10월 IPO를 통해 전체 지분 중 17.5%(1억4219만주)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하며 약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상장을 준비했으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증시 상황에 맞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다시 조율하고 있다”며 “정확한 일정은 미정이나 상장 철회나 포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포기할 수 없는 인도 시장…구광모 회장 "지금이 골든타임"
LG전자가 글로벌 불확실성과 중복상장 논란에도 인도법인 IPO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인도 시장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1997년 설립된 LG전자 인도법인은 2011년부터 13년 연속 인도 오프라인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24억7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2.4% 증가한 1억7000만달러(약 2500억원)였다. 특히 지난해는 인도 진출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올 1월 CES에서 “인도 IPO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반영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인도에서 LG전자 모든 제품이 1등을 하고 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인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또한 IPO를 앞둔 지난 2월 인도 현지 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수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지금이 지속 가능한 1등을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과 조 대표를 포함해 그룹차원에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무기한으로 IPO를 연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 자본시장 규정에 따르면 LG전자는 현지 금융당국의 예비승인을 받은 날로부터 1년 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LG전자가 2~3분기 중 수정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연내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자사업 부문 매출 750억달러(약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노이다와 란잔가온 공장 외에도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제3공장을 건설 중이다. 5억8000만달러(약 7300억원)를 투입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안드라프라데시주가 약속한 인센티브 환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LG전자가 다른 지역으로 입지를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