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예가람저축은행, 적자에 PF 리스크까지…태광 발목 잡나
3년 연속 수익성 악화로 재무 건전성 위협
자본적정성 하락에 계열사 금융 지원 가능성
공개 2025-05-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이 모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자본적정성마저 금융당국 권고 수준으로 줄을 타고 있다. 건전성이 하락하면서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마저 자본 대비 규모가 커 자본적정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 계열사.(사진=흥국화재)
 
계속된 적자, 부동산 PF 부담 가중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390억원, 281억원이다. 두 곳 모두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으로, 예가람저축은행의 경우 고려저축은행과 특수관계자가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30.5%, 태광산업 20.2%등 특수관계자가 회사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22년 말부터 손실이 지속돼 2023년에도 40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 연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예가람저축은행도 지난해 적자 전환해 계열 저축은행 모두 실적이 부진하다. 두 저축은행 모두 부동산 PF로 인한 대손 비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두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고려저축은행 2688억원, 예가람 저축은행 2544억원 정도다. 두 곳 모두 전년 대비 규모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대비 부담이 크다.
 
특히 예가람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율은 149.9%로 같은 기간 비교기업 평균 105.8%를 훌쩍 넘겼다.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관련 대손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5일 나이스신용평가가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태광그룹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고려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하락했으며, 예가람저축은행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위해 신용등급을 부여받기 시작했는데, 만약 신용등급이 BB로 하락한다면 투기 등급에 속해 관련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퇴직연금 상품이 저축은행의 주요 수신 조달처인만큼,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수신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저축은행의 기본 수익 구조기 때문이다.
 
만약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하게 된다면 총수신과 여신 축소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고려저축은행의 수신은 전년 말 대비 1150억원 줄어든 1조5193억원, 여신은 1154억원 감소한 1조689억원을 기록했으며, 예가람저축은행의 여신도 같은 기간 동안 1조349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비율 위협, 계열사 지원 불가피
 
태광 계열 저축은행의 수익이 줄어든 것은 대손비용 부담의 영향도 있으나, 여신이 줄어들면서 수익기반이 줄어든 탓도 있다. 두 곳 모두 이자 비용을 전년 대비 줄였으나, 수익 자체도 감소했다. 지난해 예가람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4억원 줄었으며 고려저축은행도 209억원 감소한 1092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이 줄어들면서 자본적정성도 타격을 받았다.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변동성이 큰 것은 이익잉여금으로,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의 크기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고려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2789억원으로 전년 3313억원 대비 줄었다.
 
특히 존재하지 않았던 상위 기한부 후순위 채무 100억원이 생겼음에도 자기자본 규모를 줄였는데, 이는 이익잉여금이 전년 2094억원에서 1704억원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가람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하위 기한부 후순위 채무 100억원에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1846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은 모두 계열로부터 후순위 예금 지원을 받아 보완자본을 늘렸음에도 자기자본이 감소해 자본적정성은 되레 하락했다. 정도가 더 심각한 곳은 고려저축은행이다.
 
 
지난해 BIS자기자본비율은 11.03%로 전년 말 12.95% 대비 하락했다. 법적 규제 비율은 8% 이상이나, 금융감독원 권고치는 11% 이상이다. 올해 또 수익성이 하락해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다면 유상증자 등 계열 지원을 받아 자본을 불리는 방법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평가업권에 따르면 두 저축은행은 계열로부터 각각 230억원 규모의 후순위 예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두 저축은행 모두 1분기에는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해 다른 방식을 통한 추가 금융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수익성이 개선돼 태광그룹의 유상증자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