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퓨얼셀, CB·BW 조기상환 러시…3년 적자에 '좀비기업' 경고등
올해만 CB·BW 풋옵션 84억원 규모…미상환 사채도 160억원 남아
전환가 대비 30% 하락한 주가에 추가 풋옵션 발동 가능성 높아
적자 확대·이자보상배율 악화…설비투자 계획에 유동성 우려
공개 2025-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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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288620)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발동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도 전환가액을 밑도는 부진한 주가가 이어지자 풋옵션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스퓨얼셀은 2023년부터 연간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남은 CB와 BW 160억원에도 추가 풋옵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에스퓨얼셀)
 
올 들어 CB·BW 풋옵션 각각 두차례 발생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에스퓨얼셀은 총 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10억원)와 신주인수권부사채(30억원)에 대해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CB와 BW의 전환가액은 1만4865원이지만, 29일 기준 에스퓨얼셀 종가는 1만340원으로 전환가액 대비 무려 30.33%(4525원) 낮다. 부진한 주가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주가 반등 가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투자 원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조기상환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향후 미상환 사채에 추가 풋옵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스퓨얼셀의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나온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상환 CB는 186.2억원, 미상환 BW는 58억원으로 총 244.2억원의 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1월31일 풋옵션이 행사된 CB 16.2억원과 BW 28억원, 그리고 최근 추가로 발동된 CB 10억원, BW 30억원 등 총 84.2억원이 조기상환되면서 현재 남은 미상환 사채 규모는 약 160억원이다.
 
현재와 같이 전환가액을 한참 밑도는 주가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조기상환을 행사할 가능성, 즉 풋옵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스퓨얼셀의 주가 부진 원인으로는 2023년부터 시작된 연간 적자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2022년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3년 25억원 영업적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적자 규모가 약 1.7배 증가한 4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특히 에스퓨얼셀의 이자보상배율은 1배 미만을 기록해 사실상 영업이익으로 은행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1년까지 2.66배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던 에스퓨얼셀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0.77배로 적정 기준인 1배 미만으로 하락해 2023년(-0.68배) 마이너스(-)로 전환, 지난해에는 –1.13배를 기록했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을 기록할 경우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이익을 내기는커녕 채무 상환과 더불어 이자비용 감당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2년간 적자에도 대규모 투자 강행…재무구조 악화 '우려'
 
이러한 가운데 에스퓨얼셀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도 회사의 유동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에스퓨얼셀은 최근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총 200억원을 들여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와 체결한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되며 약 5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이 약화된데다 부진한 주가로 조기 채무 상환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는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구체적인 방안 없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에스퓨얼셀은 신사업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연료전지 기업 가운데 최초로 LPG연료전지를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만을 거점으로 한 이번 수출은 단순한 샘플 제공이 아니라 후속 사업을 고려한 전략적 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출하된 LPG연료전지는 1kW(킬로와트), 5kW, 6kW, 10kW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전기효율 35%, 종합효율 90%의 성능을 갖췄다. 에스퓨얼셀은 제품 설치와 운영을 위한 기술지원팀을 대만 현지에 파견하고, 유지보수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장기적 고객 신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만은 정부 차원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 중인 지역으로, 에스퓨얼셀의 글로벌 진출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에서는 에스퓨얼셀의 1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기실적은 1분기 실적 발표 기한인 5월16일까지 공시될 예정이다. 1분기 실적 역시 향후 주가 반등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에스퓨얼셀 측에 1분기 실적 전망과 연간 흑자전환 달성이 가능할지 등을 질의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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