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양산 종료 후 중형 헬기 라인업 매출 공백기사업 수주시 연평균 1300억원 이상 매출 전망감항인증 이력-수명연장평가까지 제시…헬기 사업 '사활'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KAI(
한국항공우주(047810))가 UH-60(이하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 입찰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은 총사업비 9613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KAI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헬기 양산 매출의 반등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의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로 감항인증 취득 역량이 꼽힌다. 감항인증이란 항공기가 비행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정부가 안전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KAI는 과거 헬기 양산 등을 통해 다수의 유인기 감항인증을 취득한 전력이 있어 해당 항목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UH-60P 블랙호크 헬기(사진=록히드마틴)
축소된 헬기 사업 반전 ‘기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의 지난해 회전익(이하 헬기) 양산 사업 매출액은 6094억원으로 직전연도(6654억원)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중형 군용 헬기 수리온 양산이 마무리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산 종료로 중형 헬기 양산 매출에 공백이 생기는 까닭에 신규 수주가 필요하다. KAI는 지난해 말 이라크 정부와 1300억원 규모의 수리온 헬기 수출 계약을 체결해 매출 반전 카드를 확보했지만, 2022년(8017억원) 수준을 회복하기엔 수주규모가 작다.
이에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이 헬기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은 계약 후 7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이 이 사업에 투입하는 사업비도 연평균 13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아울러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은 양산 후 부가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PBL사업이 있어서다. PBL은 방산업체가 군비지원 등 방식으로 군의 전투준비태세(헬기 가동률 상향 등)에 기여한 경우 군이 그 성과를 평가해 업체에 보수를 지급하는 제도다. PBL사업은 양산 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수 있어 MRO(유지보수)사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지난해 KAI는 헬기 PBL사업으로 842억원의 매출을 얻었다. 성과 평가 기간 등에 따라 매출 규모가 매년 다르지만, 양산한 헬기가 많을수록 매출이 커질 수 있다.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을 향후 헬기 사업 매출 반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치열한 경쟁…감항인증 역량 내세워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은 우리 국군이 보유한 130대의 블랙호크 헬기 중 36대의 내부 시스템, 장비 등을 전면적으로 개량하는 사업이다. 아날로그 계기판의 디지털 전환, 생존장치 업그레이드, 구형 항법장치의 교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은 장비 시스템 통합 능력, 유지보수 등 창정비 역량, 감항인증 획득 역량 등이 거론된다. 현재 KAI와
대한항공(003490)이 사업 입찰에 나섰다.
헬기 등 유인 군용기는 감항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KAI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인기 부문에서 감항인증 취득 이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KAI의 헬기 감항인증 취득 이력은 28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감항인증을 받지 못하면 헬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헬기 등 유인기 감항인증 역량이 중요하게 간주된다. 방사청은 구체적으로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입찰을 진행 중이지만 감항인증 역량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군용 항공기 표준 감항인증 기준에 따르면 감항인증 기준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설계 및 안전한 운용 조건 유지라는 요건을 달성해야 한다. 감항인증을 취득하려면 비행 중 내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KAI와 손잡은 블랙호크 원제조사 시콜스키가 헬기 설계 및 시스템 통합에 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감항인증 취득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편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방위사업청에 블랙호크 헬기의 수명연장평가도 포함해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명연장평가란 노후 헬기가 앞으로도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KAI는 블랙호크 헬기의 원제조사 시콜스키와 함께 수명연장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명연장평가는 보통 총사업비의 5~10%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업비 감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사청은 한정된 예산 등을 이유로 수명연장평가는 사업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헬기 전체가 감항인증을 받은 업체는 KAI가 유일한만큼 감항인증 부문에서 KAI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