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기업회생 신청…실리콘투 '150억' 회수 비상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행, 투자자 손실 불가피
실리콘투의 150억 CB 투자, 전략적 선택이었나
공개 2025-04-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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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31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자, 150억원을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실리콘투(257720)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무 악화로 인수 의지를 보일 만한 기업은 실리콘투 외에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란에 투자한 FI는 신한캐피탈(7.45%)과 SBI인베스트먼트(7.06%), 코오롱인베스트먼트(5.15%), 우리벤처파트너스(4.59%), 컴퍼니케이파트너스(1.55%) 등이다. 누적 투자 규모는 약 735억원이다. 전략적 투자자(SI)는 네이버(NAVER(035420))와 리앤한으로 각각 7.98%, 7.28%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발란
 
유동성 위기 심화…피해 규모 확대 우려
 
발란은 지난해 말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시도했으나, 명품 플랫폼 수요 감소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당초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국내 명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과도한 마케팅 투자로 인한 영업적자가 독이 됐다는 평가다.
 
발란의 2020년~2023년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약 724억원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4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2023년 100억원이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785억원, 자본총계는 –77억3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과정에서 발란은 2021년 광고선전비로만 190억원을 지출했고, 2022년엔 이를 385억원까지 늘렸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금액이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정산일이 도래하지 않은 입점사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수백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진단한다. 입점사는 현재 약 1300곳이며 한 달 평균 거래금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발언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문제다. 최 대표가 당초 지난달 28일 입점 파트너사들에 정산금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실행되지 않았고 결국 결제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20여 명에 달하는 판매자들은 최 대표를 상대로 사기 혐의 등 고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실리콘투의 투자, 인수 의도였나
 
발란의 기업가치는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5000억원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로 향후 기업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앞서 시리즈B 당시 2000억원, 시리즈C에선 3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란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실리콘투는 약 한 달 전 발란의 실사를 진행한 뒤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두 차례에 걸쳐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1차 투자금인 75억원은 이미 납입을 끝낸 상황이며, 2차 투자는 조건부다. 올해 11월1일부터 2026년5월1일까지 6개월간 매월 1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간 연속 사입판매 매출 비중 50% 이상’, ‘직전 2개월간 연속 매월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투자가 집행된다. 
 
이에 업계에선 실리콘투가 인수를 목적으로 발란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본다.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최 대표가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실리콘투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앞서 최 대표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실리콘투가 발란의 기업가치를 대폭 낮춰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리콘투가 당초부터 인수할 목적이었더라면 발란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매물을 훨씬 낮은 가격이나 혹은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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